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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Oct 20. 2020

200장을 쓰는데 160시간이 걸렸다

책을 위해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

7월 초, 출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동안 내가 가끔 쓰던 아이와 함께했던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그동안 아이와 여행을 하면서 언젠가 책으로 낼 수 있는 원고로 만들어두겠다는 생각으로 

브런치에 가끔 쓰긴 했지만 정말 이런 기회가 오다니, 말 그대로 너무 좋았다. 


내게 제안을 한 출판사는 전자출판 전문 출판사였다. 

사실 나는 주로 종이책만 보는 사람이라 처음 제안에 망설인 면이 전혀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이왕이면 종이에 인쇄된 실물 책이 나온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내 글을 알아봐 준 대표님의 안목을 믿고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전자출판을 하는 게 왠지 좀 힙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번 기회에 나도 힙한 작가가 되어보기로 했다. 


계약을 하고 바로 책을 쓰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간 블로그나 브런치, 각종 SNS에 두서없이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보니 죄다 다시 써야 할 글들 뿐이었다.

허접 데기 글들을 모두 버리고 글감만 남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목차를 대충 만들어보니 70여 개 꼭지가 나왔다. 

아이와 7년간 여행을 다니는 동안 크게 별일 없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적지 않은 에피소드가 남았다.


목차를 만들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꼭지당 분량은 한글을 기준으로 글자크기 10포인트, 줄 간격 160으로 했을 때 1장-2장 정도로 잡았다. 

에피소드 별로 길고 짧은 건 달랐지만 꼭지당 평균 1.5장 분량이었다. 

글은 주말을 뺀 주중에 매일 썼다. 

처음에는 집에서 쓰다가 집중이 잘 안되어서 집 근처 스터디 카페에 가서 작업을 했다. 집에서 하루종인 컴퓨터 앉아 있는 것보다 스터디 카페에서 서너 시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매일 글을 썼고 하루에 꼭지 2개를 쓰는 것으로 목표로 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서 잘 안 풀리는 날에는 하루에 1개 쓰는 것도 힘이 들 때가 많았다. 게다가 쓰다 보니 목차가 점점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100개가 넘어가는 바람에 쓰는데 예상보다 쓰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글을 다 쓰고 보니 페이지로 200페이지 정도 되었다. 

시간으로 따져보면 스터디 카페에서만 쓴 시간이 160시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혹은 나가기 귀찮아서 집에서 했던 시간까지 합하면 그 이상 걸렸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나중에 퇴고하느라 쓴 시간을 빼고 오로지 글만 쓴 시간은 160 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다 쓴 글을 출판사에 넘기고 나니 갑자기 백수가 된 기분이다.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처럼 매일 노트북을 들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같은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이제 스터디 카페에 갈 일이 없어 집에 있었더니 뭔가 할 일을 안 하고 노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다 써서 후련한 마음보다 허전한 마음이 더 큰 건 석 달간 나름 규칙적인 글쓰기가 내 몸에 배여서 그런 가보다.


세 번째 쓰는 이번 책은 전자출판이라는 새로운 시도이고,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썼다.

물론 신나서 쓰다가도 이거 나만 재밌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부지기수였지만, 내 스타일을 밀고 나갔다. 

한 번쯤 나를 믿어보고 싶기도 했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원고는 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책 팔아서 돈 벌려는 생각은 없다지만 이번에는 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내가 신나서 쓴 만큼 사람들도 신나서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뭐, 꿈은 꿔볼 수 있잖아요?


160시간이 만들어낸 나의 200페이지.

좋은 책이 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나오면 많이 읽어달라고 이렇게 미리 광고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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