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업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작가 Oct 29. 2020

프롤로그를 풀어내시오

프롤로그는 마지막에 쓴다 

원고를 다 쓰고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만을 남겨두었다.

에필로그는 글의 마무리이니 이제껏 쓴 흐름이 있어 그래도 쓰긴 썼다.


그런데 문제는 프롤로그였다. 

독자에게 책의 첫인상과 같은 프롤로그는 단순히 책 읽기 전 인사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읽을 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야 하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잘 안 난다.


원고 마감 전까지 붙들고 있다가 겨우겨우 써서 보내긴 했는데 1교를 받아보니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쓰려고 했던 그런 프롤로그가 역시 아니었다.

그리하여 프롤로그를 다시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지금, 막막하다.


그동안과는 다르게 왜 프롤로그를 쓰기가 어려운지 생각해보았다.

쓰고 싶은 걸 본문에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롤로그에 쓸만한 무엇이 남아있지 않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거다. 


대부분의 글은 순서대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유독 책을 쓸 때는 프롤로그를 맨 마지막에 쓴다.

본문을 다 써야 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머리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롤로그의 방향이 잡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부터 쓰면 마지막에 다시 쓰게 되고 만다.

글을 쓰는 동안 프롤로그를 쓸 때의 그 마음처럼 그대로 본문이 써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이 책을 쓰는데 도와주신 누구께 감사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한다는,

그런 흔한 얘기는 쓰고 싶지 않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기는, 이 책의 방향과 작가의 의도를 담은,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그런 프롤로그를 쓰고 싶다. 


그런 프롤로그를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지금,

남들은 뭐라고 썼나 이 책 저책을 뒤적이며 한숨이나 쉬고 있다. 


프롤로그를 풀어내시오.

오늘의 당면과제는 그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0장을 쓰는데 160시간이 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