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맨
(다음은 2025년 2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마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빌라 단지로 들어서며 천천히 주행했다.
길냥이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는 길인 데다가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얼어있어 오늘따라 더욱 천천히였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딱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의 뒷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차를 움직이고 있었고 그는 아주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세상에서 그렇게 천천히 걷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추운 날씨에 별로 걸치지도 않은 그의 마른 몸은 땅을 걷고 있다기보다 지구를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차는 천천히 이동하며 그를 지나쳤고 나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백미러로 향했다.
그의 표정은 철학자 같았고 옷은 온통 짙은 회색이었지만 그의 손 끝에 들린 것은 놀랍게도 빨간색 캔콜라였다. 그가 걸을 때마다 그의 손 끝에 들려있는 캔콜라도 마치 그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차를 주차한 후 마트에서 사 온 짐을 꺼내 어깨에 메고 손에 들고 난리를 하는 동안에도 주변을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차를 운전하는 나.
빨리 집에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재촉하는 나.
빨리 뭔가를 이루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나.
그런 나에게 아주 느린 속도로 걷는 낯선 이의 존재가 치유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