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이글의 일기

***마트의 재고정리날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

by 블루베이글

어제의 일이다.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걸맞게 습도는 가본 적도 없는 아마존 정글급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식재료가 떨어졌다.

외출을 해야 했다.

요즘 즐겨 듣는 노래를 틀어놓고 선크림을 바르고 아이라이너를 그렸다.

경기도로 이사 온 후 **면으로 끝나는 지역에 살다 보니 ***마트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오후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마트 주차장이 이상하게 고요했다.

이 시간이면 놀러 온 관광객들로 좁은 주차장이 서울역처럼 붐비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일부러 길가에 주차 후 후문입구를 통해 걸어 들어왔는데, 마치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마트 전체에 묘한 기운이 흘렀다.

며칠 전 본 드라마가 떠올랐다.

'마트 안에서 무슨 사건이 터진 건가? 이제 곧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범인이 연행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건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정신을 차리고 주차장 정문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재고정리 중이니 2시부터 연다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이사 온 지가 2년이 넘었는데 재고정리날에 한 번도 걸린 적 없이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말인가?

지금 보니 내가 들어온 후문입구에 어정쩡하게 놓여있던 그 카트는 출입을 막는 용도였던 것이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2:50.

가까이서 보니 손님들은 안 보이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만 꿀벌들처럼 분주했다.

자동문에 가까이 가니 문이 열렸고 마침 가까이에 있던 여직원분에게 지금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직급이 높아 보이는 다른 여직원분에게 물었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1초 동안 나는 어쩌다 손님이 아닌 불청객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직급이 높아 보이는 여직원분은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아직은 안된다고 3시부터 연다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답했고 "저기 2시부터 연다고 쓰여있었는데."라는 나의 말을 들을 겨를도 없이 저쪽으로 가버렸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르게 흘러갈 때 나는 그냥 내 식대로 나아가는 쪽이다.

시간이 보니 2:52. 빠른 판단을 요했다.

3시까지 문 앞에 서있기에는 불필요하게 더위와 습도로 몸을 지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미 나의 발걸음은 바로 옆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나나우유와 2+1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서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에 갖다 놓은 후 다시 쏜살같이 ***마트로 향했다.

3:05. 마트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이 사람들은 언제 다 들어온 거지?

괜히 나만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른 살 것만 사고 마트를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아까 편의점에서 산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잔뜩 넣어 마시는데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있는지!

손해가 아니었다, 전혀!

단지 ***마트 재고정리날에 걸린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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