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회사에 다닐 바엔 울며 겨자를 먹겠다1

by 나만아는낭만

잦은 이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흔히 2가지다.

회사에 목매지 않고 어디서든 능력으로 살아남는 사람,

또 하나는 어디서든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


이 이야기는, 두 번째에 가까웠던 나의 지난 11년간의 직업 변천사에 관한 기록이다.




1. 학점 바닥이었던 내가 교수님 추천서로 동기들이 부러워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


학창시절에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쾌감에 빠져있었다.

2010년, 최저시급이 5천원이 채 안되었던 시절이었다. 영화관에서 일하며 월 60~70만 원을 벌고, 보고 싶은 영화는 눈치 볼 것 없이 실컷 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동안 내 학점은 그에 반비례하고 있었다.


2014년, 졸업 전 막학기를 앞두고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무작정 교수님들을 찾아뵈었다.

내 학점을 들여다보시며 말을 잃은 교수님께 내가 먼저 마음이 달아 물었다.


"...공무원 준비 한 번 해볼까요?"

"음, 00아. 내가 보기에는 너는 공무원 쪽은 안 맞는 것 같아. 너 아르바이트 많이 해봤다고 했지?"


영화관,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의류매장, 호텔, 학원, 올리브영, 베이비시터... 나의 아르바이트 이력은 제법 화려했다. 교수님은 마침 채용을 진행중인 사회복지법인(나의 전공은 사회복지이다)이 있는데, 왠지 그곳에서 나의 이력과 스토리를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번 지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은 당시 사회복지 전공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만큼 꽤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지만 일단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교수님께 먼저 보내드렸고, 교수님께서는 그 안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뜻밖에도 추천서까지 써주신다고 하셨다. 후에 동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내 자소서가 굉장히 마음에 드셨다고 했다. 내가 그 회사에 합격하고 난 후에도 수업시간에도 내 이름을 거론하시며 제자의 취업 자랑을 대신 해주셨다고 들었다.


서류에 합격하고나자, 이번에는 면접이 걱정이었다. 아르바이트 면접은 무수히 많이 보았지만, 정식 취업면접 준비는 처음이었다. 엄마와 함께 급하게 백화점으로 가서 맞춘 정장 블라우스와 스커트, 구두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첫 발이 편할 리 없었지만...


1차 전직원 대상 PT 발표, 2차 다대다 임원면접, 3차 실제 현장면접이 모두 하루만에 진행되는 첫 면접 치고는 상당히 타이트한 편의 취업 관문이었다.


남들보다 튀어보이고 싶어서 익숙한 프레젠테이션보다는 당시에는 꽤나 획기적으로 보였던 '프레지'를 통해 발표면접을 준비했다.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 그리고 임원 면접까지 이상하게도 막힘없이 대답이 술술 나왔다. 어라, 이대로라면 나 왠지 합격하는거 아니야? 뭐야, 취업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심지어 마지막 현장면접에서는 그 짧은 몇 십분 동안 실제 후원금까지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나는 합격했다.

그것도 합격자 가운데 1등으로. 첫 술에 배부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