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육아휴직 현실 3

by 나만아는낭만

에이전시 경력에서 인하우스로 이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일전에 헤드헌터를 통해 들은 적 있다. 실제로 나도 이직에 실패한 경험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 4년 전, 20대 중후반부를 보냈던 에이전시 퇴사 후 곧바로 우리의 가장 큰 고객사였던 회사에 파견계약직으로 이직했었다. 그리고 1년 3개월간 근무 후, 비로소 4년 전 이직에 실패했던 그토록 내가 원하던 회사에 정규직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회사로의 복직에 실패한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별로 곱씹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거부 당하는 것은 참 상처였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화도 났었다.


복직을 하기 위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다시 한번 면접을 봐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그런데 나도 참 그땐 복직이 절실했다. 어떻게 들어간 회사인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면접에서 떨어지고, HR에 다시 이야기했다. 단축근무를 하루에 1시간씩만 쓸 수 있게 해달라- 회사와 집이 너무 멀어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 정시 퇴근하게 되면 평일에 집에서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이건 뭐 거의 사정에 가까웠다.





그랬더니 회사에서는 선심 쓰듯 다른 새로운 포지션을 추천했다. 물론 거기서도 면접을 보아야 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보자- 하고 면접을 보았다. 1차 합격, 2차 합격, 그리고 3차는 프랑스인 임원과 1:1로 진행되는 영어 인터뷰였는데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링크드인에서 검색한 그의 화려한 커리어와 인터뷰들, 내가 지원한 포지션이 속한 브랜드의 최근 온라인 동향 등을 파악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봄바람답지 않게 시린 바람이 꽤 불던 그 날 오후에 나는 본사로 향했다. 세찬 바람 앞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떳떳하게 서 있던 초고층 건물, 오랜만에 찾은 회사는 낯설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와 면접 건으로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실제 오피스를 방문했을 때 나를 맞아준 HR 담당자는 아직 주니어급 직원이었는데, 진심인건지 아니면 단순한 HR식 이미지 관리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무척 미안해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너무 오랜만의 영어라 말이 잘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유창하지는 못했으나 막힘은 없었다. 그리고 떨어졌다.


뒷 이야기에 따르면, 매출 타겟이 워낙에 높게 설정된 브랜드라 소위 미친 듯이(?)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내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이제 돌 지난 아기를 키우고 있고, 초반에 육아기 단축근무가 가능한지부터 들이댔기 때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그렇게 탈락했고 나는 또 갈 곳이 없어졌다.


더 이상은 면접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냥 회사가 나에게 진 의무 그대로, 내가 원래 있던 팀으로 나를 복직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원하는대로 팀으로 복직시켜줄 것이고, 곧 팀내 포지션을 마련해서 다시 연락주겠다던 회사는 그 말대로 곧 다시 연락해왔다. 내게 제안한 포지션명은 'Team Assistant', 내 팀장이나 팀원, 정해진 업무조차 분명하지 않은 자리였다.


'업무가 뭔가요? 거기서는 뭘 해야하는건가요?'


내 질문에 담당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의 미안함과 머쓱함이 느껴졌다. 내가 그 자리로 가게 된다면 팀 디렉터 직속이고, 그녀의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만일 내가 그걸 해내면 추후에는 내가 원하는 자리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거라고.


거기서 직감했다. 이 회사는 어떻게든 나를 내치려고 한다.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계 안에서 최대치로 어필한다. 제발 내 발로 나가주었으면 한다고.

그렇다면 내가 복직을 한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최소한 나에게도 더이상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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