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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Jan 31. 2019

Hi, how are you?

안녕하세요?

I'm not good at English.


대학 시절,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교환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자애 한 명이 내 앞에 와서 앉았다.

나에게 말을 머라고 걸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딱 하나 또렷이 기억나는 나의 대답이 있다.

 아임 낫 굿 앳 잉글리시.
( 나 영어 못하니까 말 걸지 말아 줄래? )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20년 전, 외국인과의 첫 번째 사적인 대화이다.


그 이후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미주를 제외한),  미국 오기 직전 급한 맘에 전화영어를 몇 달 한 적도 있었지만 나랑 말동무 또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만난 경험이 전무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 울렁증이 있던 나는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지나가면

나한테 혹시라도 말을 걸까 봐 피해 다녔었다.


영어실력이 거의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 영어 공부에 대한 니즈도 없었다. 그 흔한 영어회화 학원 한번 다닌 적 없다. 영어에는 시간이고 돈이고 투자한 적이 없으니 별로 억울하지도 않다.

"나는 영어. 포기. 자."였다.


이런 내가 미국에 오게 되었으니.

 영어(특히 스피킹)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내가

준비 없이 여길 오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막무가내이다.

(만약 미국에 빨리 적응하고 싶으시다면 꼭 조금이라도 준비하고 오셨으면 한다.)


"미국 가서 몇 년 살다 오면 영어 엄청 잘하겠다. 미국 사람 돼서 오는 거 아니야?." 

주변의 인사치레의 말들을 순진하게도 굳게 믿었다.

남 칭찬에 하하 호호, 귀 얇은 호갱님 근성, 여지없다.


마트에 가서 캐셔에게 다가간다.

소개팅에서 이상형을 만난 양,

그들의 눈을 마주치기가 어렵고

가슴은 콩닥뛰던 첫 영어 대화.


5,4,3,2,1. 


그는 "Hi, how are you?"라고 물어본다.

(헛, 하와유라고 물어보네, 아임 파인, 앤듀? 해야 되는데.)

"아임 파인, 앤듀?"

(땡큐까지 말할 여유가 없어서 못했지만 핵심은 전달한 것 같다. 좋아, 너는? 이라고 말했으니까. )

"Good. Thank you for asking me."

(엇, 물어봐 줘서 고마워 ? ..음.. 안 물어보는 사람이 많나? 아님 정말 고마워서 저러는가?)


지나가는 학부형 한 명이 인사한다.

"Hi, how are you?"

나도 동시에 물어본다. "Hi, how are you? (아임 굿을 대답하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박자 놓쳤다.)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이 먼저 물어보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다른 상점에 간다.

"Hello, What can I do for you today?"

나도 대답한다. "Hello, I'm looking for something 블라블라...."

내 기분과 안부를 묻지 않는다. 바로 미리 준비한 말을 하면 되니 오히려 편하다.


딸의 같은 반 친구 엄마를 만났다. 나름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 다르게 물어본다.

"Hi, how have you been?"

나의 안부를 약간은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같이 아이 픽업을 기다리고 있으니 뭐라도 말을 해야 되니 물어본다. 이때부턴 대화 모드다. 몇 마디라도 나눌 생각에 긴장이 된다.

(알고 보면 이 사람도 그냥 물어보는 것, 그냥 인사말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인사방식에 차차 적응이 되었다.

처음엔 " 하이, 하와유?" 하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아임 굿 땡큐, 하와유? "를 주거니 받거니 해야 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다. 책으로 배운 영어는 그러했으니까.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안 하면 이 무슨 실례인가?

그런데, 그들은 그냥 " hi, how are you?"라고 인사하고 지나간다. 내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마트에 가도, 지나가는 사람도 그냥 그렇게 인사한다.


알고 보니

그들은 "내 안부를 묻는 것" 이 아니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한 것이었다.


영포자의 험난한 '미국에서 살아남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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