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요나 Feb 05. 2019

성은 박이요, 이름은 김이로소이다.

배우자의 성을 따라가는 그들의 삶

스타벅스에 간다. 메뉴 가격을 꼼꼼히 훑어보고 한국과 가격 비교를 해 본다.

미국은 커피가 싸네. (사실 환율 차이 때문에 달러와 원 개념이 정확하지가 않다.)

아메리카노가 2불 얼마? 좀 더 비싼 걸 주문해도 되겠는 걸.


나 : Can I get a hot cappuchino?

점원 : What size?

나 : Tall, please.

점원 : Anything else?

나 : That's it. Thank you.

점원 : Your name?

나 :...... Um..... Park?


말하고 보니,,, 이름이 '공원'이란 뜻이잖아.

미국엔 성이 '흰색' 이란 사람도 '수풀'이란 사람도 있는데  '공원' 쯤이야 머. 란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First name을 말하자 싶어서 Kiyeon이란 내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 잘 못 알아듣는다. 발음기호 표기 체계도 한국 표기랑 상당히 달라서 내 이름을 알파벳으로 마주했을 때 어떤 식으로 발음해야 할지 고민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주문 하나 하는데 굳이 서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나 싶었다.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하니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Mrs.Kim(남편 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디폴트 값이 Kim이라는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의 결혼한 미국 여자들을 보니 다들 남편의 성을 쓰고 있다. 미국은 성을 바꾸는 것이 법으로 강제화되어 있지 않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여자들이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른다.

'시집'이라는 곳에 '시집' 온 한국 여자들, 여성의 사회진출도가 OECD 최하위라는 한국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는데 미국 여자들은 성까지 바꾸다니. 세상이 이리 급변해도 오랜 관습은 잘 안 바뀌나 보다.

태어날 때 받은 성을 바꾼다 생각하면, 정말 뒷목 잡을 일이다. 여권, 운전면허증, 소셜 넘버..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하는데 그것을 다 감수하는 미국 여자들의 전통이란..  가끔, 알다가도 모르겠다. 개방적인 듯, 보수적인 그들. 힐러리가 클린턴으로 대선에 출마한 것을 보고 결혼 전 성을 왜 쓰지 않을까 궁금했던 나인데. 알고 보니 결혼 후 성을 바꾸는 전통을 가진 국가들이 많고 심지어 가까운 일본의 여성들은 90% 이상이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른다고.  


그. 런. 데.

여기에 살다 보니 어느덧 나도 스타벅스에서 Your name?  Kim.. 을 대답하고 있다.

그냥 단순한 이유, 그게 편해서다. '공원'이라는 뜻의 내 성을 굳이 쓰고 싶지 않고, First name 은 그들에게 두 번 이상 말해야 한다. 어차피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니, 불리는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가 꽃이 된다면 'Naming'의 중요성이 커지겠지. 하지만 Kim의 여자, Kim의 엄마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는 :)


여기서 오래 살게 되면, 버터 느낌 가득한 영어 이름 하나 작명하고 싶을라나.











매거진의 이전글 Hi, how are you?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