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요나 Jan 27. 2019

뭐 해 먹고살려고?

유학 중인' 불혹의 부부'가 미국에서 쓰는 가계부.


땅 파먹고 살려고.


처음, 미국행을 결심하고 주변에 알렸을 때 축하해주는 또는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많은 주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러했다.


"그래서 뭐할 건데? 수입은? 남편은 일하러 가는 거야?"

우리 집 사정을 잘 모르는 직장동료들은

"부모님 돈 많나 보다"라는 속없는 소리도 한다.

(우리 부부는 결혼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다)


여기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만난 많은 한국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남편 뭐해요?"

"학생이에요"

다들 표정이 걱정스럽지만 그러면 어떻게 사냐며 물어보는 것은 실례니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너네 뭐 먹고 사니?라고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 까먹으면서 살아요."


대부분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지만  '다 까먹은 후엔 어쩌려고.. 믿는 구석이 있나 봐."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돈을 벌지 않으면 세상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물론 저축이 다 떨어진 후의 삶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100세 시대에 40이라는 나이는 아직 젊다는 마음으로 버틴다. 특히 미국이라는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고용이 불안정한 편이지만 그만큼 유연하다. 결정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오지랖 넓게 훈수를 두는, 뒷담 화하는 친척이나 친구들이 없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에 얼마 정도면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리했다. 사람마다 소비패턴은 천차만별이므로, 미니멈 기준이라 보면 된다. 아끼고 살면 생각보다 미국서 사는 삶에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뭐든지 자기 하기 나름, 쓰기 나름이다.


1.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집"을 보자.

지역마다 주택 가격 편차가 크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 이 지역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우선 렌트비가 많이 비싸지 않다. 월 천불~2천 불 사이면 충분히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준으로 55평 정도 되는 내가 사는 집의 렌트비는 월 1500불이 조금 넘는다. 월세보다는 전세가 많은 한국 실정에 비추어 보면 매달 나가는 그 돈은 매우 비싼 돈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기준으로 LA 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높은 퀄리티의 새집, 말 그대로 가성비 갑이다.

미국인들조차도 집값과 생활비가 싼 이 동네로 이사 올 정도. 실제로 캘리포니아 등 렌트비가 오르는 지역을 피해 이쪽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2. 두 번째, 먹는 것.

우선, 외식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한 달 식비가 1,000불(외식 포함)이 들지 않는다. 우리 세 가족 외식비는 한달에 200불 이내이다. 여긴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세금과 봉사료가 붙기 때문에 Menu price의 25% 정도가 예상보다 더 나간다. 사실 이조차도 아깝단 생각이 많이 들어 외식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더라. 이렇게 외식비를 아끼고 요리를 많이 하면 식비가 더 적게 든다. 미니멈으로 잡아 600불 정도면 먹거리가 해결된다. 소고기 생산량이 많은 텍사스는 삼시세끼 '고기고기고기' 해도 돈이 많이 안 든다. 게다가 얼마나 먹거리가 다양한지, 처음 마트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은 '멋진 신세계' 였다.

이민자의 나라다 보니 마트에 가면 전 세계의 모든 물건들이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멕시칸이 많이 살고 있어서

멕시칸 식재료는 넘쳐나고, 베트남,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많은 아시안 음식 식재료 들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 그 덕에 없던 요리 취미가 생겨날 정도이다. 디저트, 특히 아이스크림 빵 종류는 정말 싸다. 파리바게뜨 같이 맛있는 빵이 없어서 아쉽지만:)


3. 입는 것.

 It depends on you. 아끼려면 얼마든지 아낀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금액을 정하긴 어렵겠다.

세일이 너무 많아서, 유혹을 감당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지림신 강림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4. 그 밖의 비용들

교통비와 전기세. 역시 산유국은 다르다. 기름값 정말 싸다. 3-row 중형 SUV 기준으로 가득 채워도 40불을 넘지 않는다.  전기세와 수도세는 면적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에어컨 빵빵 트는 계절에도 넉넉잡아 200불을 넘기 어렵다.  

자동차보험료와 의료보험료는 커버리지마다 보험료가 천차만별이라 케바케이다. 우리 가족은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쪽은 비용을 절약하려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커버리지만 하고 있는 상황. 최대한 사고 나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만약 보험과 리스크에 대해 보수적인 사람일 경우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5. 교육비

우리는 아이 나이가 만으로 4살이 다되어 가는 때에 이곳에 왔다.주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는 Pre-K부터는 무료로 퍼블릭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학기를 9월부터 시작하므로 그해 9월에 만 4살이 넘어가면 Pre K의 대상이 된다. 프리케이 과정은 다만,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 3시간으로 길지는 않다.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데 나는 주로 키즈 뮤지움 멤버십과 놀이터, 라이브러리, 친구들과의 플레이 데이트, 무료 액티비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만 5살이 되면 Kinder로 올라가고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게 된다. 딸아이의 경우 킨더를 다니면서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노출시간이 길다 보니.. 사교육을 중요시한다면 수영, 축구, 발레, 피아노 등 돈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진다. 나는 아이가 영어 하나만 잘하고 한국에 돌아가도 가치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직 다른 사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다.


이정도가 우리 부부의 기본 생활비이다. 여행도 가고 가끔 쇼핑도 해야 하니 +알파만큼을 더 까먹고 있다.  

물론 해외유학이나 이민은 단순히 돈 문제로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이런 삶은 표면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부분이 클 수 있다.

안정적인 수입 하에 편안한 맘으로 살아가느냐 VS. 근자감과 대책없음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보느냐.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참고가 되시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봄, 봄,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