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다음 서른일곱

아직도 스무 살처럼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

by 파랑새

서른다섯까지는 괜찮았다. 딱히 늦었다는 느낌도 없었고 세상에 재밌는 것도 많았다. 서른여섯 생일(만 나이로도 청년이 끝났다)이 지나니, 꺾인다는 게 이런 건가?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결혼해야지, 하는 일은 더 잘해서 자리 잡아야지, 돈도 모아야지, 건강도 지키고 아프지 말아야지. 온갖 두려운 것들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늙었다는 걸 깨달았다. 주름이 늘어나고 피부가 처지고 눈 밑이 퀭하고. 나이 든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나만 바뀐 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사회초년생부터 나를 끌어주던 선배들은 하나둘씩 은퇴하셨다. 선배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내가 올라가는 건 그리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나도 끝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멀게만 느껴지는 일들이 이제 코앞에 놓이며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있던 것 같다. 아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뭔가 좀 알 거 같은데?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마음이 살아 있었다.

서른여섯이 끝나가는 12월. 여전히 나는 혼란스럽고 방황하고 있다. 20대 때에는 30대 후반은 오지 않을 줄 알고 인생 계획에도 넣지 않았었다. 내 인생 목표는 모두 35살에 끝났었다. 더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지내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 '꿈'을 잃어버린 상태랄까.

다가오는 서른일곱은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서른일곱이라는 단어에서 큰 무게가 느껴진다. 나 잘 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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