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도, 연대도 지겟길)
(몇 년 전 남해 한 달 일기를 펴서 추억하며)
에코 아일랜드 연대도
그 어느 섬 팸플릿보다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연대도는 탄소 제로 섬 이라 한다,
연대도를 가는 배는 아주 작고 , 배 안에는 열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방 하나, 2층으로는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 몇 개가 전부이다. 섬 여행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젠 터줏대감 노릇도 하게 생겼다.
당연한 듯이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워 허리를 펴곤, 일어나 앉아 준비해온 커피를 마신다.
커피 향이 바다 향과 퀴퀴한 방의 냄새와 한데 어우러져 신통치는 않지만, 그 속에에서도 내 마음의 커피 향은 가장 진하고 달콤하게 올라왔다.
만지도에서 내려 출렁다리를 거쳐 연대도 지겟길을 걸으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는 선원의 안내에 따라 만지도에서 내렸다. 길 가는 노인 한 분이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 바다를 한번 보고 내려와서 데크길을 따라 주욱 가면 연대도로 가는 출렁다리가 있다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니 대나무는 아닌데 줄기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맨 위에 긴 부들 같기도 한 것이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나무이다. 신기하고 아름다워 사진 한 장 찍고 어느 정도 산길을 오르다, 빨리 연대도로 가고 싶어 내려오니, 연대도로 가는 해안데크길이 약 500M 설치되어 있는데 너무 아름다워 꼭 추천하고 싶은 섬 여행길이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데크길을 걷는 우리는 넘어질 염려 없이 마음껏 누리며 호흡하다 보니 어느새 출렁다리!
"몇 년 전 섬사랑 모임에서 왔을 땐 다리가 없었는데, 마누라 오신다고 다리까지 놓았네"
"우리 애들한테 꼭 와보라고 해야겠네! 너무 멋지다"
실없는 남편의 소리와 내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묻혀 날아가며, 모자까지 날릴 뻔했다.
다리 끝 계단에 잠시 앉아 심호흡을 하며 잉크빛 바다 위에 빨간 옷을 입은 출렁다리와 흰 구름을 일렁이는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연대도 지겟길
2,2km의 섬 일주 산책 도로는 인근의 학림도, 부지도, 오곡도를 건너다볼 수 있고, 남해안 특유의 식생과 콩 짜개 덩굴 군락지, 며느리밥풀 꽃, 구절초, 노루귀, 남산 제비꽃 등 철마다 다른 야생화를 볼 수 있다 한다.
다랭이 꽃밭에는 민들레, 금낭화, 꽃 양귀비, 벌 개미취, 낮 달맞이 가 가득하고, 여기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는 연대도 마을기업 '할매 공방'에서 민들레 차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꽃 향기가 흐르는 섬이다.
가을이라 다랭이 꽃밭에 꽃도 없고 '할매공방'도 문이 닫혔지만 봄 이연 모두 모두 문을 활짝 열고 꽃 향기가 넘치도록 할매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봄 향기와 함께 꽃차를 만들겠지....
북바위 전망대 가는 길은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하늘도 안 보이는 좁은 오솔길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욕지도, 연화도, 쑥섬, 노대도 등 여러 섬 들이 보였다. 내가 갔던 욕지도와 연화도를 보니 왜 그렇게 반가운지...
내 생애 언제 다시 가 보려나? 흐르는 세월을 그 누구가 막으려 마는 내일이라도 다시 가고 싶은 연화도!. 다시 숲길을 걸으니 가을 야생화인 국화가 한가득이다.
숲 속에 세워놓은 야생화에 대한 글을 읽으며 잠시 쉼을 얻는다.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 산자고라는 꽃의 글
옛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등창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자, 시어머니가 등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헤매다가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별처럼 예쁘게 핀 작은 꽃을 발견하곤 그 꽃을 바라보다가 며느리가 생각나 그 뿌리를 캐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 주었는데, 며칠 만에 깜쪽같이 치료되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고 해서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글이다. 이런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며느리는 행복했갰지?
봄에 피는 꽃이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니 이번에는 선녀들이 즐겨 먹었다는'천선과'의 글이 있다. 남부지방 바닷가 산기슭과 섬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열매 모양과 크기가 엄마의 젖꼭지와 닮아서 '젖꼭지 나무'라고도 불리며, 뽕나무과 무화과속인 '천선과' 나무는 열매 안애 꽃을 품고 있어서 번식을 위해서는 '천선과나무 좀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다.
어느덧 선착장 가는 길로 들어서니 '에코 체험 센터'가 있다.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전 가구의 전기를 공급하고, 지열발전으로 공공장소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니 탄소 제로 섬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아직 출항시간이 여유가 있어, 출렁다리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향한다.
잉크빛 바다를 발 밑에 담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시원한 바닷바람의 옷을 입은 연대도 출렁다리의 모습은 내 평생의 가장 멋진 다리로 남겨두고 싶어서 다시 출렁다리에 올라섰을 때, 다리 끝에서 아빠와 꼬맹이 딸이 뛰어온다. 딸은 앞서 뛰고 아빠는 뒤 따라 열심히 셧터를 눌러대며 뒤쫓아 뛰어온다.
딸의 웃음소리가 바닷바람에 스치듯 까르르 들려온다, 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맞춰 파도소리도 따라 흔들거린다. 까르르..... 까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