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여섯째 날에

(변산반도와 내소사를 친구와 함께)

by 파랑새 앵선

어제, 날씨가 조금 쌀쌀해져서 그런지,

자동차에 냉각수를 보충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가까운 카센터에 가니, 수입차는 취급을 안 하니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정품을 넣으란다.

서비스센터를 가려면 전주까지 가야 하고...

아들에게 전화하니, 우선 급한 대로 물을 조금 보충해도 괜찮을 듯하다고 하는데, 마침 서울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광주가 고향인 그가 광주 갈 일이 있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아침 일찍 냉각수를 사들고 온 친구!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요기를 한 다음, 가고 싶은 곳 있으면 가자고 선뜻 나선다.

무릎이 아파 멀리 운전하기를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변산반도 채석강까지 달린다.


어제부터 바다가 보고 싶었다.

휘몰아치는 파도도 보고 싶었고.

잔잔한 수평선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렇게 친구와 함께 변산반도를 달리게 되다니..

감사하다.


가을의 바다는 짙은 남색으로 너울대고, 내 마음은 저 멀리 바다 끝을 향해 줄달음 친다.

수평선 저 멀리 아득한 곳!

그저 바다일 뿐인데, 바라보면 무언가 아득한 메아림으로 내 가슴을 적신다.


채석강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의 돌들이 마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층층을 이루며,

바닷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만조 때라 산책로를 걷지 못한 아쉬움을 을 뒤로하고, 잠깐 사진을 찍고는 내소사를 향한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에 들어서니 벌써 마음이 넉넉해진다.

월정사의 전나무 숲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걸었던 그 옛 시간들이 떠올라

그때 그 시간의 행복함을 잠시 추억한다.


사찰의 뜰을 밟는 순간은 누구나가 엄숙해지나 보다.

1000년의 세월을 껴안은 당산나무는, 고찰의 흔적이 남아있는 내소사의 느낌을 더욱 평화롭게 지키고,

기와의 선들이 너무 날렵하지 않고 수줍은 듯 부드러운 선에서 끝나, 천정을 받치고 있는 정교한 선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조선 중기 그 세월로 우리를 잠시 이끈다.

빛바랜 나뭇결의 창살무늬와 창호지!

어릴 적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던 햇살, 그때 그 방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창호지 밑에 조그만 유리창에 얼어붙은 얼음 위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썼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춥고, 어려웠던 그 시절, 그 꼬맹이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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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의 채석강과 내소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떠나온 하루!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의 마음과 따듯함이 내 가슴에 남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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