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아홉 번째 날에

(전북 도립 미술관, 구절초 꽃 축제)

by 파랑새 앵선


어제 하루 종일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끝난 오늘 새벽!

어슴프레 밝아오는 먼산을 바라보며, 혼자를 의식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조금씩 혼자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오늘은

전주에서 강의를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연락하던 분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여행대학 전주 1기 에서"철학이 있는 건축여행"이라는 제목으로 강의 라기보다는 나의 경험을 나눈 것)


전주 외곽에 자리한 그의 집은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고, 집 잎엔 작은 과수원도 있어서, 대추, 감, 키위, 등 갖가지 과일나무와 상추, 쑥갓등의 야채가 길러지고 있었다.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집!

남편은 교수로 은퇴하고, 친구는 임상병리 전문가로 30여 년의 근무를 마치고, 지금은 노모를 모시고, 살이 가면서, 각각의 취미를 즐기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나는 이런 부부가 부럽다

태어난 집에서 늙어갈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평안은 없겠지만,

은퇴 후에 남편이나, 아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부부, 집이나 땅까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고, 어릴 적 살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전주 전통 술 박물관을 향하였으나 대체휴무일 다음날이라 휴무이다.

전통음식과 전통술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 아쉬워 뜰에 있는 항아리 뚜껑만 열어보고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전북 도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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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미국 화가 - 장 마리 해슬리(1939~) 초대전

그의 전 생애에 걸친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등 112여 점의 작품들과 그의 삶과 활동 흔적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부로 삶을 시작한 그는 반 고흐에게 매료되어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파리를 거쳐 소호를 무대로 활동하며 세계 현대미술에서 자신만의 독특함을 이루어낸 작가라 한다.

표현주의적 기질과, 기하학적 질서 등 유럽적 조형 적용과 미국적 감수성을 넘나드는 작품이라 하는데,

초기 작품에는 고흐의 터치가 엿보이고, 소호 활동 작품들은 회오리 속에 알 수 없는 내적 존재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주 만물의 생성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느낌이다.



구절초 꽃 축제

소나무 숲 아래 오래전부터 구절초를 심어 동산 전체가 구절초 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중인데도 수많은 관광버스, 자동차 등 주차장을 메우고, 꽃과 함께 사람 동산이다.

나도 그 속에서 친구의 손을 잡고 서성인다.

가장 멋지게 나올 한 컷을 위해 두리번거리며, 장소를 찾고,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나이 들어가며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다, 다시 사진 찍히기를 즐긴다.

몇 년 동안의 나의 세월을 추억할 수 없는 사진이 없음에 서글펐던 기억 때문에, 요사인 사진을 찍고 또 찍혀댄다. 전에는 사진을 현상해야 했지만 지금은 핸드폰에서 맘에 드는 것만 남기고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니 얼마나 편한가? 실수로 남겨야 할 사진까지 삭제해 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숙소로 가는길

차를 마시며 담소하니 어느덧 가야 할 시간!

서둘러 친구 집에 도착해서, 나 또한 나의 숙소로 가야 하는데, 네비를 켜니 아뿔싸!

핸드폰 배터리가 제로다. 초행길에 어두워지기 시작한 길을 네비 없이 갈 수 없고, 친구 남편의 배려로 충전기를 받아 들고 차에서 충전하려 하니 충전이 안된다. 코드가 3개인데 2개가 고장이다. 그나마 한 곳에 연결할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며, 숙소로 향하는 길로 나선다.

혼자가 아니라면 걱정이 조금 덜 되려나?

남의 편을 잠시 생각해 본다. 에구! 나보다 더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운전하는 내내 잔소리해대는 모습도 떠오른다.

어스름해지다가, 어둑해지는 길을 혼자 달리니, 두렵기는 하지만 네비가 친구가 되어준다.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면서 하는 그 음성이 반가울 줄이야!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아들과 통화한다.

잘 다녀왔노라고....


이렇게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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