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극작가의 '웃기는 아들' 된 사연

(감동을 준 글)

by 파랑새 앵선


어스름 저녁!

이 시간이면 fm을 켜놓고, 간단한 저녁과 와인 한잔 마시며,

아침에 읽지 못한 신문을 읽는 것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딱히, 읽을 것도, 감동할 만한 뉴스도 없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뉴스는 더더욱 없고, 수준 낮은 정치꾼들의 싸움이나 읽어야 하는 한심스러운 신문을 보던 중!

어느 극작가 겸 연출가의 글을 읽곤 웃음반, 울음반 빵 터져 버렸다.-



C신문에서 읽은 글

- 그가 연극을 한다고 부모님께 고백했을 때,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부끄럼을 타는 아들이 사람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데 더군다나 코미디를 한다니... 부모님의 표정은 대략 이런 뉘앙스였는데, 3년이 흘러 마침내 큰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어 부모님을 당당하게 웃겨드리겠다 싶은 그 찰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검 은정장을 못 챙겨서 빌려 입게 되었는데, 체격이 작은 그는 어른 정장이 맞지 않아, 아이용 정장 중 가장 큰 것을 빌려 입고는, 상의가 작아서 절을 할 때마다 양팔을 들어 올리면 상의가 배꼽 위로 올라가서 그도 조문객도 간신히 웃음을 참아내는 분위였는데, 49제 때 며칠 전부터 준비해놓은 정장은 집에 있고, 극단의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뒤풀이하느라 집에 있는 정장을 챙기지 못한 채, 연습실에서 밤을 새우곤 단원중 키가 190cm가 넘는 친구가 하필이면 옆에서 술을 마셔 잠이 들었고, 새벽에 잠이 깬 그는 부랴부랴 옆에서 잠든 친구의 정장을 들고는 사십구재가 열리는 절로 향했는데, 소매는 양팔보다 길었고, 바지는 두 번 접어도 계속 흘러내렸는데, 그렇게 절을 많이 하는 줄 몰랐던 그가 절을 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바지를 어머니는 말없이 허리를 잡아주고, 옆에 있는 스님도 가까스로 웃음을 참아내고.....


한참을 걸어가다가 어머니가 갑자기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너는 장례식 때는 작은 옷을 입고, 사십구재 때는 큰 옷을 입고, 네 아버지 웃기려고 작정을 했냐"

그 말에 그도 어머니도 동시에 빵 터졌다는....

같이 걷던 스님도 " 오늘이 지나면 아버님도 저 세상을 향하시는데, 이렇게 웃겨드렸으니 가시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으시겠네요. 참 웃기는 아들이네요"




살아 계실 때 못 웃겨드렸다는 그의 글을 읽고, 나도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웃음반, 울음반, 빵 터져버렸다.


나는 돌아가시기 전에도, 후에도, 웃겨드리지도 못하고, 감동도 못 드리고, 부모님의 마음만 아프게 한 딸은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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