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런 애야

by 하린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해답이 있을 테니
지금 손 놓지 말고 찾아보자.
분명 눈에 보일 거다.

- 하린 작가 -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러나 실수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이 다른 거 같다.

시누와 함께 일하면 기죽는 건 기본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듣고 일을 해야 하는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몇 번을 생각해도 수험생인 딸아이의 학비도 걸리고, 내가 신복위 그걸 갚아나가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거 같다.

주변에서는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말은 하는데 내가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가 시누가 삐지고 화를 내서 남편하고 같이 가서 달래주고 와서 그 뒤로 그만둔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좋은 말을 듣고 싶은데 없다. 늘 있는 점심 도시락


"왜 이렇게 밖에 못 만들어 와. 유튜브 보면서 만들어 오면 되잖니.", "그렇다고 일도 똑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잘하는 게 뭐가 있어?", "빨리 못해.", "내가 빨리 하지 말라고 했잖니. 내 말이 우습니?", "글씨 이렇게 밖에 못 쓰니? 알아볼 수가 없어.", "네가 손 떨고 있으니 글씨가 이렇지." 도대체 어디에 맞춰서 일을 하라고 하는지 이런 말을 들으면 "두고 봐. 가만 안 둘 거야."


이 말 보다 '도대체 자기 눈에 차지 않으면서 왜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지, 이렇게 기 죽이는 말을 하면 잘하고 싶다가도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해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더 돌고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하게 오는 9월, 10월에 한심한 말과 기죽이는 말들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살아서 뭐 할까?' 이 말이 가장 많이 맴돈다. 나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이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말도 가려서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과 말이 통하거나 자기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같이 일하는 직원인 그분에게는 나한테 하는 것과 100프로 다르다. 일하면서 챙겨주고 그분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심부름시켜서 사 오라고 한다.



그리고 그분이 일하다가 틀리면

"나도 요즘 조금씩 틀리는 일이 생기더라고, 들리는 것도 잘 들리지 않아."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초반에는 내가 좀 틀렸을 때,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였다. 말로 기죽이는 말들


"똑바로 못해? 너는 이 쉬운 것도 이렇게 못해서 내가 어떻게 널 데리고 있겠니? 그냥 알바 써도 되겠다.", "평소에도 잘하지 못하면서 잘하는 것도 없이 어찌 그러냐.", "일 잘하려고 잘해봤자. 내 눈에 너는 차이는 거 없으니 포기해."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며 먹을 것으로 달래듯 시댁 집에 가서 챙겨가라고 한다.



시누의 말을 들으면 와~~~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시누는 자기 눈에 만만한 사람이 있다면 말을 함부로 한다. 나한테 하는 것처럼 성당에서도 말한다고 본인 입으로 말하기도 해서 안 들으려고 해도 들려서 들으면 그분들은 괜찮은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가 뭘 해도 자기 눈에 차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맴돌아 내가 힘들어 살아서 뭐 할까.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데 살아서 뭐 하려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냐고 생각하는데 괴롭고 힘들다. 이런 말을 시누가 듣는다면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고, 분명 그런 생각을 할바에 뭘 더 하려고 하라고 할 거다. 그렇게 말하고 남을 성격이니 그래서 내가 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시를 적거나 책을 많이 읽고 하는데 이 말을 듣고 나면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내가 겪어본 봐로서는 모르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보다 시댁과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해도 함께라는 것이 없을 거다.



사람이 인관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말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도 왕따가 있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함께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무리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는 내가 벽을 만들었다. 말을 시키면 그 말만 하고 그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힘들다. 살아남고 싶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내가 다른 곳에 간다고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동생들이나 남편도 말하는데 나도 충분히 안다. 직장 생활을 해봤기에 그래도 가족 아니 시댁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낫다고 본다. 시누 약국에 일하면서 사람 기죽이는 말을 듣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시누 약국에 일하는 건 약국 일뿐만 아니라 시어른들 병원 케어도 하는 일이 함께 일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6년째 일하고 있는데 약을 먹고 버티면서 일하고 있는데 더 버틸 수 있을까? 딸아이 생각하면 살고 싶다. 내 딸은 내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뭐라도 다 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래서 살고 싶은데 말 하나에 기죽다 보니 내가 살아서 뭐 할까? 내가 뭘 해도 눈에 차지 않을 텐데 말이야. 나로 인해 형제간에 사이가 나쁜 것도 싫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



함께 할 수 없을 땐
피하라고 한다.
피 할 수 없을 때는
받아치라고 한다.
삐지고 말하지 않을 때는
달래줘야 한다.
방법이 없다.



참을성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나로서는 마음의 병이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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