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했던 긴 시간들 이젠 되돌리고 싶다

by 하린



허무했던 긴 시간들 이젠 되돌리고 싶다




이 긴 세월 속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기억조차 꺼내기 싫을 만큼

나는 여전히

허무 속에 머문다


내 인성이 문제였을까

내가 문제였을까


부모에게서 배운 것은

어른을 헤아리며

말보다 행동으로 버티는 일이었고

나는

상처가 되는 말 앞에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그 버팀이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십 년이 지나서야

나는 인정이 아니라

침묵 속에 놓여 있었다는 걸


아무 말 없이 보낸 세월 끝에서

돌아온 것은

며느리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 문장이었고


그 말은

나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다


우울과 상실과

말해지지 않은 허무가

겹쳐진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돌아본다


이 긴 시간이

나를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이제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게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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