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토끼 Apr 15. 2023

어느 화요일

아침부터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바람도 예사롭지가 않다. 조금 후덥지근한 느낌도 들었다.

아직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화요일인 오늘은 1,2학년은 5교시 수업, 3~6학년은 6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나는 혼자 듣던 노래에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가게 안에 음악을 가득 채운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 요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가요 탑 100을 주로 틀어 놓는다.

핫한 뉴진스와 아이브의 노래들이 포진해 있다.

아이들은 떼창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잠시 문구점에 흥이 넘치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신나고, 신난 아이들을 보는 나도 덩달아 즐겁고....


하지만, 오늘은 하필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에 우르릉 쿵쾅, 번쩍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낙비가 물 폭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가게 안에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우산이 있는 아이들도 퍼붓는 빗줄기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지금 나가지 말고 비가 조금 잦아들면 나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한 아이가 아빠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문을 열고 나갔다. 

자동차 위로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나, 둘씩 아이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그 사이 비가 조금 잦아들자 우산이 있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개중에 우산이 없는 아이들은 가게를 서성거리며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상하게 그 순간에는 음악이 들리질 않는다.

분명히 같은 음량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인데,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그 음악이 들리질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얼마후, 잠깐 동안의 천둥과 번개, 그리고 그토록 요란했던 비가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바람만이 아직도 떠나지 못한 채 가게 건너편 나뭇잎을 흔들고, 어닝을 거칠게 펄럭이며 거센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바탕 자연의 심술 같은 비와 돌풍이 몰아쳤다 물러간 화요일이었다.


© still_loony, 출처 Unsplash


올해 유난히 다른 때 보다 일찍 찾아왔던 벚꽃 때문에 각 자치구들의 지역 벚꽃축제가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되기도 했고, 세계기상기구 WMO도 한국의 때 이른 벚꽃 사진을 공개하며,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날씨의 변화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나의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딸이 이사를 했다.

작업실과 사는 곳이 멀다 보니 몸이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월세가 부담되긴 하지만 작업실 3분 거리에 원룸을 구해서 이사를 했다.

왕복 두 시간을 길에 허비하느니 그 시간에 레슨생을 더 가르쳐서 지출을 메꾸겠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원룸을 이렇게 꾸밀까 저렇게 꾸밀까 한참 고민을 하더니, 나름 아기자기 이쁘게 꾸미고 있는 중이다. 


이사 날 정리를 도와주러 갔는데, 부피가 큰 택배 상자가 있었다.

뭔가 했더니 조립할 수 있는 쓰레기 정리함이었다.

쓰레기를 분류해서 넣을 수 있는 세련되고 예쁘게 생긴 정리함이었다.

딸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구를 오래 보존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북극곰을 위한 정기후원 기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1°C 상승하면 가뭄이 곳곳에서 지속되며, 고산 우림지대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수많은 희귀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빠른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북극곰도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2°C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어 바다생물이 서서히 죽어가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서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이 가라앉게 된다.

3°C가 상승하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가뭄이 찾아와 많은 사람과 생물이 사망하게 된다. 지구상의 20~50%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기온 상승은 지구 평균보다 세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지구를 어떻게 해야 오래 보존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쓰지 않는 전기코드 뽑기,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이용하기,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 사용하기, 이메일 정리하기, 분리배출 잘하기, TV 볼륨 줄이기 등 찾아보면 조금만 신경 써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관심만 있다면 말이다.


어느 화요일의 요란했던 날씨가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경고는 아니었을까?

소중하고 하나뿐인 우리의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건 바로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 뿐이다. 


◇◇◇

작가의 이전글 커피믹스 2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