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토끼 Apr 22. 2023

안녕하세요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녕이란 인사를 주고받는다.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나도 "안녕하세요?" 또는 "어서 오세요" 하며 같이 인사를 한다.

안녕(安寧)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앞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문구점 앞에는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이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깃발을 펄럭이면서 교통 도우미를 하고 계신다.

이 초등학교는 정문이 한 개, 후문이 두 개로 무려 출입문이 세 개나 되는 곳이기에 정문에 두 분, 후문에 한 분, 그리고 코너에 위치한 우리 가게 앞에 한 분이 배치되어 아침마다 아이들의 등교를 돕고 있다.


바로 가게 앞이기에 인사를 드리고,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 네 분의 도우미 어르신들은 70대 정도 되신 할머님들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신데, 하루에 한 시간씩 도우미 일을 하러 나오시는 거다.



자식들은 힘들다며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매일 한 시간씩 아이들의 등교를 돕는 일이 그분들께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시간당 만 원이라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일도 하고 용돈벌이도 되니 그냥 집에서 쉬는 것보다 낫다고 흡족해하셨다.

오고 가는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반갑게 인사를 드린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침이면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각각의 데시벨로 울려 퍼진다.


아이들이 많이 빠져나간 아홉시 무렵이면 꼭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도우미 할머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님이 한 분 계셨다. 

이 근처 어디 사시는 분이신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가게 앞 도우미 어르신께서 그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셨다.

여기 아침마다 지나다니던 통통한 할머니 기억하냐고 물어보신다.

"아~ 그 할머니요? 기억나요~~" 

그러고 보니 그 할머니의 모습을 뵌 지가 오래된 것 같다.

안 그래도 도우미 어르신도 그 할머님이 계속 안 보여  궁금한 나머지 아드님이 한다는 카페를 찾아 갔다고 한다.

아드님이 근처에서 카페를 하는지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요즘 어머님 어디 가셨냐고, 딸 집에 갔냐고 물어보았더니 세상에, 그 할머님이 작년 말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건강해 보이셨는데, 늘 가게 앞을 지나가며 도우미 어르신과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는데....

물론 나는 직접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 할머님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런데, 그 할머님이 돌아가셨구나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이상했다.

내 마음도 이런데, 도우미 어르신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나이 들어 하나 둘 지인이나 친구분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할 때의 그 마음이 어떨지, 아직까지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언제나 아득하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삶의 끝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아무 상관 없는 일인 냥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기피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은 죽음을 대면할 용기도 배짱도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소식은 늘 마음이 저린지도 모르겠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안녕하세요?" 

이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그저 호흡처럼 내뱉어 흩어져 버리는 단어가 아니었음을, 안녕이라는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천금같이 소중하게 무겁게 다가오는 오늘이었다. 

오늘 하루도 모두 안녕하시길, 그리고 내일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서로 나눌 수 있기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깃털 같은 가벼움으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나눌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


어제보다 자란 연초록 나뭇잎들이 일제히 바람에 흔들리며 살랑살랑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냐고..... 안녕하라고...... 


◇◇◇

작가의 이전글 어느 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