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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Jul 08. 2023

긁지 않은 복권

매년 1월 1일이 되면 새해다짐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계획이 있다.

그건 바로 다.이.어.트.

결혼 전에는 살 때문에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 늘어난 살과 수십 년째 더불어 같이 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살을 빼기 위해 약에 의지하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 않았다.

살을 빼더라도 요요 없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식초에 절인 콩을 먹는다거나, 간헐적 단식을 한다거나, 하루 만보 걷기를 한다거나,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다이어트를 실행했었다.

하지만, 모두 작심삼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다이어트를 성공하려면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잠을 충분히 자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적게 먹어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마저 없어진다.

매달 가겟세며 각종 세금, 결제일에 쫓기다 보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언제나 초조한 마음이 된다.

이런 마음은 결핍을 부르고 계속 초조와 불안, 결핍의 순환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경제적인 자유를 갖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경제관념이 제로였고,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매일 돈을 가까이하면서도 돈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왔었다.


© diana_pole, 출처 Unsplash


나에게 다이어트는 단순이 살을 빼는 행위만이 아니다.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나의 시선을 바꾸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나 스스로 변화해야만 하는 큰 결심과 실행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를 바꿔야 살도 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나 자신을 바꾸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런 자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60 평생 나를 지탱해 온 생각을 바꾸는 건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다.


매일 결심을 노트에 적고, 자기 계발 영상을 아침저녁으로 듣고, 책을 열심히 읽고, 명상을 하고 그렇게 몸부림을 쳐도 지금까지의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도 열심히 그저 노력을 경주할 뿐이다. 매일 실패하고 매일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살을 빼야만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그리고, 위와 장을 쉬게 해주는 시간이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모든 것들의 유익함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는 것도 안다.

그저 먹지 않으면 되는 간단한 일을 왜 나는 번번이 실패하는 것일까?


오늘은 단식을 해봐야지 매일 아침 결심하면서 나오지만, 늘 먹던 시간만 되면 그동안의 관성에 의해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허전함에 못 견뎌 음식을 입에 대는 나를 무기력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힐책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런 악순환이 몇 년째 되풀이 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많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결핍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으려 노력하고 의식적으로 감사합니다를 되뇌고 있다. 부정적인 눈으로 돈을 바라보던 시선에서 지금은 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얼마가 있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돈을 쓸 때도 행복한 마음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적인 결핍을 거의 느끼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고, 심지어 불황인 지금인데 말이다. 


하지만, 식탐을 조절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상하게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더 먹게 되는 것 같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뭔가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고 자꾸 먹는다.


© totalshape, 출처 Unsplash


그동안 뒤늦은 사춘기라도 온양 이상하게 마음이 들끓고 있었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어렴풋이 짐작되는 일이 있다.

올해가 바로 내가 환갑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60 갑자를 다 보내고, 내가 태어났을 때의 간지로 돌아온 해!

지금부터라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픈 변화에 대한 열망은 나를 각성시켰다.


그래서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욕심과 변하지 않는 자신에게서 오는 괴리감이 나를 괴롭혀 왔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다른 삶을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변화하려면 기나긴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간을 겪어 내야만 한다.


다이어트는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직 나에게는 긁지 않은 복권 한 장이 있다.

이제는 이 복권을 긁어야 할 때이다.

다행히 아직 올해가 다 지나가지 않았다.

6개월이나 남아있다.

이 남은 6개월 동안 나는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싶다.

지금까지 내 곁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이 이롭지 않은 살들과 작별하고 싶다.


건강한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이번 다이어트는 꼭 성공하고 싶다.

인생 2막을 맞아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커다란 숙제를 해결해서 가장 가볍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복권을 긁을 수 있을까?

과연 그 복권의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될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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