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위한 블로그가 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을 뿐인데 본질과 목표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by 블루블라썸

요 며칠 블로그를 참 열심히 했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게 된 이유는 '글을 쓰고 싶어서'다.

그걸 굳이 비공개가 아닌 공개로 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내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글을 평가받으면 글 실력이 조금은 나아질까 싶었다.

그리고 공개를 해야 동기부여 되어 꾸준히 쓸 것 같았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 내자면 마음 맞는 사람 한, 둘 정도는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블로그를 만들고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어쨌든 끼적인 글을 하나, 둘 올렸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비록 한 자리 수지만 방문객이 생겼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볼 수 있을지, 방문객이 늘어날지 고민하였다.

그래서 인터넷 대신 책과 친한 나는 블로그 관련 책을 살펴보았다.


블로그 관련 책을 여러 권 봤고 내가 모르던 세계를 알게 되었다.

맞다.

이미 블로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네이버 회사와 로직이라는 프로그램, 블로거와 구독자, 또 다른 SNS가 상호연결되어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가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 번,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검색하는 그 모든 행위들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그건 싸움이 아니라 전쟁에 가까웠다.

나는 그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신생아에 불과했다.


블로그에서는 포스팅을 어떻게 하면 잘 써서 방문객이나 조회수를 늘리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많은 수익을 내는지 등이 적혀 있었다.

그 책에 의하면 내 블로그는 외부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키워드 없어. 사진 없어. 동영상 없어. 글자수 적어.

내 포스팅이 그러했다.

오히려 내 블로그를 찾아준 한 자릿수 사람들이 신기했다.


그리고 책에서는 자기들의 말을 따라 하기만 해도 블로그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돈까지 벌 수 있다니.

평생 궁핍하게 살아왔던 나이기에 혹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평생 돈과 인연 없던 나라는 걸 간과했다.


물론 블로그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들 역시 수익을 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 역시 '따라 했다'.


틈 날 때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찾고 소위 '파워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의 블로그를 탐방하며 따라 하기에 힘썼다.

'저품질 블로그'라는 것도 알게 되어 내 블로그 대신 다른 아이디의 블로그를 만들어 여러 가지 실험도 했다.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블로그명, 블로그 별명으로 바꾸었다.

1일 1 포스팅을 넘어 1일 2 포스팅을 꾸준히 실천했다.

글자수를 늘리기 위해 목차, 작가 소개, 책 소개 등을 넣었다.

중복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책 표지를 잘 보이도록 항공사진으로 찍는 것 대신 아이패드를 책꽂이에 아슬아슬하게 세워 '감성' 반 스푼 담아 찍었다.

중복 문자를 막기 위해 책 목차를 제거하고 책 소개를 내 말로 바꿔 써넣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는지 며칠을 말 그대로 꼴값 떨며 보냈다.




매일 방문하는 방문객의 숫자에 집착했다. 비트코인 보듯 시간마다 들어가 방문객이 몇 명 늘었는지, 유입경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봤다.

(그래봐야 하루 20명 남짓인데)


실험으로 만든 블로그에는 자주 먹는 식품 리뷰를 올렸다. 그런데 나름의 정성 들인 내 블로그보다 고작 오늘 마신 우유 양, 가격, 칼로리 등을 나열해 놓은 블로그 방문객이 더 늘어나 분노했다.

혹시 내 블로그가 '저품질 블로그'가 되지 않았나 마음 졸이며 검색했다.


고작 한 달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현타에 빠졌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글의 반복된 수정과 삭제 등 '실패의 이유'는 명확했다.

그러나 방문객, 조회수가 늘지 않았다는 게 현타의 이유는 아니었다.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이 (무시하려 무던히 애써봤지만) 말을 걸어왔다.


' 나 블로그 왜 만든 거지?'


돈 벌려고 블로그 시작했나?

아니다.


인기를 얻으려고?

아니다.


사람들의 좋은 평가가 목말라서?

그건 더욱더 아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을 뿐인데. 그리고 조금 더 욕심 낸다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을 뿐인데.

본질과 목표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물론 얻은 것도 있다.

실제 내 포스팅은 '가독성'을 높여 사람들과 '소통'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리뷰를 잘 작성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 독서하고 영화를 봤다.

원래 나는 독서하며 그때그때 느낀 생각, 마음들로 만족했는데 '블로그를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급할 때는 녹음이라도 했다.

번거롭기도 했지만 감상이 매우 풍부해졌다.

독후감을 쓸 때의 학창 시절처럼 '잘 감상했다'는 우쭐함과 함께 추후 내가 다시 포스팅을 보더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번 경험으로 취할 건 취하되 본질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글쓰기는 내가 남은 평생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취미를 묻는다면 당당하게 '글쓰기'라고 답하고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동기부여, 실천의 장이 여기 '블로그'다.


돈? 관심? 좋지 좋아.

나도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애초에 내 인생과, 나라는 사람과 거리가 먼 단어니까...

이렇게 합리화하는 것에 익숙한 나이니까.


블로그를 위한 블로그 대신 나를 위한 블로그가 되기를.

그렇게 이 공간을 채워 나가자.


그러다 만약에

방문객 수가 0이 된다면...


그럼 더 좋지!

더 마음껏 지껄이고 휘갈길 수 있으니까.


남의 눈치 안 보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으니까.


다시금 헛된 마음이 들 때, 초심을 잃을 때 이 포스팅을 봐야지.

그래야지.

그리고 다시 글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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