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아이와 나만 아직도 겨울이었다
어젯밤 친정 아빠가 급성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
검사에서 쓸개에 이상이 있다고 하여 바로 입원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병원에 간 친정 부모님을 대신해
내가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병원에 가져다주기로 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여 짐을 챙겼다.
고양이 세수 후 감지 못한 머리는 벙거지 모자로 감췄다.
임신 중 입었던 레깅스에 역시나 임신했을 때 입었던 긴팔 원피스를 입고 얇은 코트를 걸쳤다.
양손 가득 짐이 있어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갔다.
창밖으로 무수히 많은 개나리가 보였다.
작고 노란 별 모양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만연한 봄을 알리고 있었다.
3월의 중순 치고는 더운 날씨에 밖에 나온 사람 모두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계절은 이미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봄이 오면
노란 개나리와 여린 벚꽃을 보여주기로 매일매일 말했었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 계절이 바뀌었는지...
병원 앞에서 내려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짧은 거리에도 이마에 땀이 배어 나왔다.
밖은 춥고 몸조리한다는 핑계로 외출 없이 집 안에서 꽁꽁 싸맨 채 있었는데.
겨울에 태어난 아이와 나만 아직도 겨울이었다.
나는 정신이 없어도
아이는 크고
시간은 흐르는구나.
그렇구나.
이번 주말에는 조금 더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이를 데리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가봐야겠다.
그리고 말해줘야지.
'봄이 왔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