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걸어야만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버틸 수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러닝머신이 있었다.
20년 전 100만 원 가까이 거금을 주고 산 러닝머신.
우리 엄마는 매일 저녁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했다.
뒤가 볼록 튀어나온 TV를 끙 소리와 함께 러닝머신 쪽으로 돌린 후 운동화를 신고 걸으셨다.
다세대 주택이라 뛰지 못하니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온몸에 땀이 배길 정도로 걸으셨다.
그때는 집 안 가득 '웅웅' 울리는 러닝머신 소리도 싫었고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못 봐서 싫었고
나와 놀아주지 않는 엄마가 싫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매일 러닝머신 위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
출산 후 몸이 조금 회복되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헬스장 등록이었다.
집 앞에서 가장 가깝고 싼 곳을 등록해 러닝머신 위를 걸었다.
원래도 저질 체력이지만 출산 후라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도 힘이 든다.
그래도 걷는다.
한 달, 운동이라 부르기 민망한 강도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러닝머신 속도(페이스)가 올랐고 숨도 덜 찬다.
적지만 땀도 나니 무언가 한 것 같은 성취감에 뿌듯하다.
운동 직후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를 힘이 난다.
운동 한 다음날 아침은 온몸이 뻐근하지만 힘차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게 된다.
낮잠도 덜 자게 되고 무기력감도 나아졌다.
평생을 운동과 담쌓은 나였다.
학창 시절 체육 수행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본 적 없고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는 재능이 없었다.
30대 초반, 큰 마음먹고 헬스를 3개월 등록했으나 15번 정도 방문 후 재등록은 안 했다.
홈트가 유행할 때도 작심삼일이었다.
하루 10,000보 걷는 것은 연례행사급이었다.
그런 내가 헬스장 마감시간을 맞추고자 분주하게 집안일을 한다.
하루 종일 육아에 지쳐 손 하나 까닥하기 힘든 때에도 운동화를 챙겨 밖을 나선다.
나로서는 가히 놀라운 변화, 아니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이제야 20년 전 엄마의 마음이 이해된다.
엄마도 나처럼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그게 나를 위함이든 아이를 위함이든지.
힘들어도 걸어야만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버틸 수 있기에.
그렇기에 걸어야 했고
그래서 걸었다.
그때의 엄마도
그리고 지금의 나도.
우리 엄마는 지금도 걸으신다.
이제는 러닝머신이 아닌 집 주변이지만 정말 꾸준히 걸으신다.
아마 나도 우리 엄마처럼 꽤 오랜 기간 동안 걷게 될 것 같다.
분명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