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아이는 양가 통틀어 유일한 손주다.
모두의 기다림과 염원 끝에 태어난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 등 모든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
복 받은 아이.
'나보다 귀한 아이'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를 보면 모두들 사랑이라는 이름의 잔소리를 한다.
'천천히 먹여라'
'옷이 너무 얇은 거 아니냐'
'~해야 하는 거 아니냐'
...
..
.
그 이면에는 미움보다 사랑이, 못마땅함보다 걱정이 깃든 것을 알기에 대부분은 좋게 넘어간다.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컨디션이 안 좋거나 몸이 힘든 날에는 나도 모르게 '나 키울 때나 그렇게 조심히 키우지'와 같은 서운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칫, 나는 거의 방임으로 키웠으면서,
어린 내가 물설사를 쭉쭉해대는데도 병원도 안 데려갔다면서...
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그때 얼마나 아팠는데.
아무도 몰라줬으면서.
내 마음속 어린아이의 마음이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
그런 때 내 부모님 품에 안긴 내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나보다 귀한 내 아이'에게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나는 안다.
이 생각들이 지금 내 몸이 힘들어서 일어난 치졸한 질투에 불과하다는 것.
아무런 이득 없고 소용없는 감정 소모라는 것.
동시에 나는 안다.
지금 내 아이를 바라보는 내 부모님의 눈빛이 먼 과거의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라는 걸.
내 아이를 향해 짓는 미소가 먼 과거 나를 향하던 미소라는 것을.
비록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내 아이가 듬뿍 받고 있는 사랑은
이미 내가 먼저 받은 사랑이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