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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May 13. 2023

웃음기는 사라질 예정입니다.

영감이 없어도 글을 써야 한다

사진출처 _Unsplash

카톡.


"이 책 짱 재밌어"


단톡방에 알림이 울린다.


_맑은 어린이집 딩동댕 어머님_


저장된 이름조차 예스러운 어린이집 어머님들이다.

본명을 알지만 왜 계속 변경하지 않느냐 묻는다면,

첫 번째는 귀찮음이고

두 번째는 이런 것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편한 사이고

세 번째는 처음 그 느낌을 간직할 수 있어서 좋다.

얼마나 어렵고 딱딱한 처음이었을까. 이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서 볼 때마다 새롭고 지금의 관계가 더욱 감사해진다.




일주일 내내 도서관을 들락거린다.

오전시간 도서관은 책 읽는 어른들로 가득하다. 앉아 있는 사람들 등뒤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책 읽는 사람들이 내뿜는 이상한 온도. 이 시공간의 느낌이 나는 좋다.

고르고 또 고른 책들을 한가득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가끔은 차를 이용한다. 도서관 주차장이 좁아 가끔 불편하긴 하다.

우리 집은 스세권 맥세권 도세권이 함께하는 영광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 이용이 용이하다. 때론 스타벅스와 책을 맥도널드 드라이브 쓰루와 책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물론 자가는 아니다. 그게 가끔 아쉽기는 하다. 사는 동안이라도 누려야지 이사 가면 아쉽겠지만.




단톡방의 어머니들은 책육아에 최선을 다한다.

시작은 공부머리 독서법이었다.

이 책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A언니에게 이 책을 권했다.

언니는 진지하게 책을 읽은 다음 얼른 되돌려주셨다

그리고 본인이 책을 구매하셨다.


나는 다시 B언니에게 책을 권했다.

B언니도 책을 돌려주시고는 직접 구매하셨다.

소장가치가 있었다. 이로써 책육아의 공감대를 만들었다.




평범했던 어느 날.

카톡으로 '가녀장의 시대' 사진이 왔다.

흘깃 봐도 강렬한 표지의 책.


실제 전송된 사진


'앗! 이건 내가 집 근처 도서관에 없어서 다른 곳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표지에  떡하니 다른 도서관 스티커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 빌려 읽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언니의 책사랑이 놀라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집 근처 도서관에도 누군가가 신청한 가녀장의 시대가 떡하니 꽂혀있었다. 아우라를 내뿜는 표지가 다시 나를 유혹하여 2 회독 시작.




주말 아침 남편이 손수 사다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후 불어서 적당한 온도로 식힌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뒤 깔깔 웃으며 책을 넘긴다. 한 페이지에 한 번씩 포도알갱이처럼 툭툭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단문을 잘 써야 해.

국문과 출신 남편은 항상 단문을 강조했었다.

나도 단문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 글을 써본다. 다소 건방진 느낌이라 좀 불편하지만.

글감이 없어 영감을 찾아 몽둥이를 들고 쫓아다니는 요즘.

문득 전송된 사진 한 장으로 글을 써본다.




언니랑 가끔 겹치는 책이 나에게는 짜릿하다.


책 읽기에 불을 지른 방화범 같은 언니

서울여자인척 서울말을 쓰며

'블루베리 스무디'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나에게

1초 만에 사투리 쓰게 하는 언니

분리수거 날 캔맥주 마시자며 불러내는 언니


가녀장 보다 더 멋진 가녀장인 그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웅이 씨처럼 청소기를 미는 남편이 지나간다.

나도 발을 3초쯤 들고 공중부양을 한다.

갑자기 작가가 된 느낌이 든다.

남편은 곧 퇴사를 하네.

잠깐, 웃을 일이 아니네.

나도 이제 가녀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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