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의푸른색 May 07. 2023

내가 연예인이 될 상인가.

무쌍의 매력을 뽐내볼까

사진출처_Unsplash


첫째를 받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너는 내 아이구나 싶었다. 거울로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

이게 모정이라는 건가, 또 다른 내가 살아있는 기분.

너는 온전히 나구나.




둘째가 태어났다.

마취에서 깨어났다. 아픈 배를 움켜쥐고 남편이 보여주는 둘째의 사진을 흘깃 보았다. 이상하다 남편도 나도 첫째도 쌍꺼풀이 있는데 둘째의 얼굴만 달랐다.


"여보 확인했어? 진짜 우리 아이 맞아?"


"맞아, 수술 끝나자마자 확인했어.

무엇보다 그 시간대에 여보만 수술해서 다른 산모는 없었어

내가 보기에는 첫째 어릴 때랑 똑같이 생겼는데?"


남편은 그냥 자식이 예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딸바보가 확실하다. 아무리 봐도 첫째 때 느꼈던 나의 분신 같은 느낌이 없다. 친탁 외탁은 말로만 들어봤는데 실제로는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둘째가 남편을 닮았나? 그것도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 그 어디에도 둘째의 얼굴은 없었다.




시댁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하던 어느 날.

둘째가 작은 시누이 옆에 앉게 되었다.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작은시누와 시누의 작은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 너무 자연스러운 나의 둘째.

. 았. .


"작은 형님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그림에 이질감이라는 게 없어요 둘째의 엄마라고 해도 믿겠어요"


다 같이 둘째와 고모를 번갈아 보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나보다 더 엄마 같은 고모. 친언니보다 더 친오빠 같은 사촌오빠. 슬쩍 오른쪽을 보니 시어머님.

아! 무쌍의 계보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검진을 하러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첫째와 둘째를 번갈아 보시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첫째랑 둘째가 얼굴이 많이 다르게 생겼네요.

둘째가 하관이 더 작고 치열도 고르네요.


어머니 이런 턱이 딱 연예인 얼굴이에요.  보세요.

연예인들 턱이 이렇게 생겼거든요. 근데 너 얼굴 정말 작다."


조용히 인사를 하고 나와서 진료실 밖 창문으로 아이가 치료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득 장래희망이 없다던 둘째의 말이 생각났다.

'너 연예인 얼굴이래' 진료를 받으며 누워있는 둘째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뭐가 되면 어떤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는 무쌍이 좋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쌍이 주는 매력을 사랑한다.

아침이 되면 통통하게 부은 눈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자는 눈에 뽀뽀를 해주고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먼 훗날 연예대상에 수상소감이라도 하게 된다면 무쌍으로 낳아준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려나.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차오른다.


내 눈에는 무쌍이어도 예쁘다.

오래 보아도 예쁜 무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깐! 빨리 아이 이름이랑 생년월일 좀 불러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