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이 중요한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의 기분이 하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편이다. 나빠진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은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어렵기만 하다. 나쁜 여운이 긴 편인나는 기분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침시간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보낸다.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틀거나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거나 따뜻한 차나 상큼한 과일을 먹으며 최대한 어르고 달래서 좋은 하루를 보낼 준비를 마친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아침도 좋은 기분이 되도록지켜주고 싶다.
정말 그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감정에 예민한 편이다.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내가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 툭툭치고 지나가면 아무리 아이라 해도 가슴속에서는 이미 불편한 감정의 불씨가 되어 언제든지 방화를 시도하려고 웅크린 채때를 노리고 있다.
첫째는 돌이 될 때까지 채 세 번을 울지 않은 순둥이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무리 순해도 첫 육아는누구에게나 서툴러서더 어렵게 느껴지는법이 아니던가.
둘째는 정확하게 18개월을 울었다.
나의 평균 수면시간은 새벽 4시~7시, 하루에 3시간 남짓이었다. 충분히 모성애가 가출을 하고도 남는다.그것도 아기띠를 하고 밤새도록 서서 아이를 달래다 겨우 아이가 울다가 지쳐 잠이 들면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 있는 정도였다. 새벽까지 번갈아 아이를 보던 남편도 힘들었고 출근하고 나면 둘째를 데리고 있는 시간 동안 몽롱한 정신으로이도저도 아닌 유령 같은 시간을 사는 나도 힘들었다.
육아를 하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다행히 18개월에 말이 트이면서 울음은 점차 사라져 갔다. 1년 넘게 이어진 수면부족은 나를 끝없는 지하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집이라는 지옥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진짜 이대로 도망이라는 걸 가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럼 뭐 하나. 손에는 휴대전화도 지갑도 없었고 쓰레기 봉지만 덩그러니 쥐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와아기띠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자마자
"나 진짜 도망가고 싶었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남편은 그럴 수 있다며 나를 이해해 주었다.지갑이랑 휴대전화만 있었다면 내 손은 지나가는 아무 택시나 불러 세웠을 것임이 분명하다.
분명 남편도 힘들었을 거다. 밤새도록 한 시간씩 번갈아가며 아기띠 안에서 대성통곡하는 둘째를 돌봐야 했으니깐.
생지옥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남편도 분명 그랬을 거다.
오늘밤은 또 얼마나 길어야 다음날이 밝을까.
우리의 밤은 길고도 길었다.
오늘 아침에도 이유 없이 첫째의 신경을 건드리는둘째에게 너무화가 났다.첫째를 보호하기 위해 자꾸 언성이 높아지다가 결국 대폭발이 일어나고야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