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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집이 수상하다.

월정리 월스낵 떡볶이

by 여름의푸른색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월치기!



오늘은 월정리에 왔다.

해마다 왔던 월정리라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바다, 외국인도 내국인도 적절한 비율로 오가는 곳이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바라보며 오늘의 점심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분식이 당기는데? 얼른 근처의 분식집으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고양이가 반기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심상치 않은 포스의 사장님 두 분이 계신다.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무심하게 나온 어묵 국물 한 그릇, 기다리는 동안 살짝 국물 맛을 보았다.

오? 맛있는데? 남편과 나는 조용히 눈을 맞추며 맛집임을 직감했다.

잠깐의 기다림을 끝으로 나온 이 음식.

화려한 비주얼에 떡볶이와 튀김 김밥이 함께 접시 가득 올려져 있다.



빼꼼 인사를 하는 톳



하나씩 맛을 보기로 한다.

제일 왼쪽에 있는 윤기가 흐르는 김밥, 이 김밥을 먹기 전에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곳은 해마다 찾았던 월정리의 숨은 맛집이라는 것을.






김밥은 쉬운 듯 어려운 음식이다.

그냥 재료만 넣어서 말아도 맛있기는 하지만 김밥의 한 끗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가 어우러졌을 때 느껴지는 완벽한 간의 조화이다. 일단 밥에 적절한 간이 되어야 하고, 재료도 각각의 밑간이 되어야 한다.

잘 말아진 김밥의 꽁다리 부분을 먹어보니 웃음이 나왔다.

역시 김밥은 꽁다리지!

그런데 김밥이 이렇게 맛있다고? 말도 안 돼!!


이 김밥은 톳이 들어간 톳 김밥이다. 톳을 싫어하는 분들도 전혀 거부감이 없도록 처음부터 계산된 맛이 분명하다.





김밥에서 크게 당황한 우리는 김말이를 먹어 보았다. 맛있다. 연타를 맞고 이제 본격적인 떡볶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부부는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꼬들꼬들한 라면의 식감과 떡볶이 양념, 그리고 양념 위에 있어도 바삭한 튀김까지 갑자기 이 음식을 만든 사장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분식을 만나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내부 인테리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벽면 가득 걸려있는 그림, 이 그림을 누가 그렸을까?


평소에는 말을 잘 걸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분의 영향으로 가끔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과감하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가족분들 중에 그림을 그리는 분이 계신가 봐요~ 그림이 멋지네요.


내가 그렸어.


네? 사장님이요?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며 연타를 맞았는데 또 날아오는 공.

나보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 사장님의 당당한 말투와 눈빛에 나는 압도당하고 말았다.


여행 왔나 봐요

사장님께서 다시 질문을 던지셨다.


저희 1년 살기 하러 왔어요.


아빠 회사는?


그만뒀어요. 컴퓨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대로 가져와서 하고 있어요.


그렇지, 그래야 이사를 올 수가 있지


집은 어디에 구했어?


알고 보니 사장님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후로도 연세는 얼마인지 아이들을 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한 것은 김밥의 맛이었다.


사장님 김밥이 너~~~ 무 맛있는데요


원래 잠실 야구장에서 오랫동안 떡볶이를 했어


저희가 알고 있는 그 잠실 야구장이요??


코로나 때문에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왔지 3년 정도 됐어.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 얼마나 많았을까, 사장님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곳에 와서 지금의 가게를 만드신 것이다.

그림부터 제주행을 결정한 사장님의 강단이 아우라처럼 뿜어져 나왔다.


같은 여자가 봐도 참 멋졌다.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도,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길을 만드어 오신 그 모습도,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을 모두 가지고 계셨다.


다음에 아이들이랑 같이 와


네~사장님 꼭 다시 올게요


환한 미소로 눈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나왔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도 좋았고, 맛있는 음식도 좋았다.

어른들께 배워가는 인생의 다양함이 가슴 깊이 들어와 묵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해안 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계속 건드렸다.




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니?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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