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새벽, 책 한 권의 여유

by 여름의푸른색



서가 쉼이 되는 시간이 있다.

주말의 피로는 월요일을 보내며 조금씩 풀어내었더니 할 결 가벼운 마음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화요일은 진정한 한 주의 시작이 되는 날이다.




화요일은 오롯이 책을 만나는 시간이다. 오래된 친구를 마주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고른다. 침대 옆에 쌓아둔 여러 권의 책들은 어서 읽어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당장 읽을 수 있는 책은 딱 한 권이다. 시선 끝에 걸리는 제목을 차례대로 천천히 음미한다. 표지의 색깔도 자세히 보게 된다. 그리고 휘리릭 넘긴다. 손끝에 걸린 한 페이지를 눈으로 훑어본다. 글자를 따라 시선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흘러간다. 마음이 움직이는 단 한 줄이 눈에 걸린다. 다시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이 있다면 오늘은 이 책을 읽는 날이다.




강렬한 끌림을 받은 나는 차분히 책을 읽을 준비를 한다. 때로는 침대에 누워 때로는 소파에 앉아 가장 편안한 상태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둔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몰입의 바다로 풍덩 들어갈 수 있다. 독서에 빠질 수 없는 시원한 커피나 따뜻한 차도 함께하면 좋다. 책과 책을 읽는 상황만으로 나의 몸과 마음이 충분히 쉬어간다. 아무도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 오롯이 혼자 즐기는 독서.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다.




첫째는 3학년, 나는 독서 3년 차다. 육아서를 시작으로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 그리고 소설까지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왔다. 아이를 위해 매주 도서관을 다녔다. 매주 보따리장수처럼 큰 에코백에 스무 권 정도의 책을 가득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겁고 힘들지만 책을 받아 든 첫째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 나의 마음도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전면 책장에 빌려온 책을 차례차례 보기 좋게 올려두면 끝이다.




주말에는 아이가 직접 책을 골라와서 읽고, 학교생활로 바쁜 평일에는 엄마가 골라온 책을 읽는다.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림책도 섞어 둔다. 제일 좋아하는 책 앞에는 글밥을 늘리기 위한 책도 슬며시 올려두면 완성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는 현관 옆 책장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너에게 독서가 쉼이 되도록 하고 싶었어. '


엄마의 바람대로 첫째는 자연스럽게 책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책과 친구가 된 내가 있다.





책을 읽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사람마다 몰입의 순간이 다르겠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책을 읽기가 어렵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가슴속에 흙탕물로 가득한 시간에는 단 한 줄을 읽어내기가 힘들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책과 쉼이 나에게 주는 여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과 가족들이 아프지 않아 내가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읽는 글, 그렇게 따지면 독서를 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편안한 찰나의 순간일 것이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오늘도 독서를 한다.




책에 빠져드는 순간, 모든 생각은 하늘 위로 날려 보낸다. 책과 내가 주고받는 대화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는 책. 그런 책들이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페이지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글이 마음속에 들어와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로써 책은 한 뼘 정도 더 나은 내가 되게 하고 생각을 나아가게 만든다. 고립되지 않는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책은 아주 좋은 친구다.




모두가 아직은 잠든 새벽시간. 예쁜 눈망울로 '엄마 굿모닝'하며 달려와 안기는 첫째. 엄마랑 같이 책을 읽고 싶어서 일찍 일어났다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면 너와 내가 함께하는 이 여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일상인지 깨닫게 한다.




조용한 아침, 커다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책을 읽는다. 가끔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보면 안경 너머로 활자를 즐기는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인다. 아이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내가 흐뭇한 마음이 들듯, 아이의 마음을 책으로 채워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독서가 주는 여유의 힘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너와 내가 가지는 독서의 여유가 오늘 하루를 담백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