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글을 쓰는 여유

by 여름의푸른색



벌써 수요일이다. 몸도 마음도 서서히 평일의 루틴에 적응한다. 그래서 수요일은 일주일 중에 가장 편안한 날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떠나간 자리를 간단히 정리한다. 그런 다음 여유로운 수요일 오전 시간을 챙긴다. 차분하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잠시 툭 떼어내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놓아둔다. 이름표 옆에 책임감도 슬그머니 함께 내려둔다. 글을 쓰기 위해서 온전한 나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지금부터 나는 그냥 나 자신이 된다. 아내도 엄마도 딸도 며느리도 아닌 본연의 내가 되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생각과 글이 하나가 되는 이 시간이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면 쓰는 동안 더욱 간결해지는 마음을 느낀다. 명상을 하고 난 뒤 경험하는 생각의 정리와 한결 차분해지는 바로 그 개운한 마음이다.




맑은 날의 글쓰기가 좋다.

선명한 구름과 푸른 하늘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글을 쓰고 싶다. 혹시라도 살짝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도 이 글을 읽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따뜻한 기운을 전해지고, 그 기운과 함께 나의 기분을 조금씩 알아차린다. 이 상황만으로도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이 허락된다.


좋은 마음을 가슴에 담고 좋은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머릿속에 행복한 장면을 떠올리고 그 잔상을 그대로 녹여낸다. 다시 읽어봐도 잔잔한 온도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능하면 나의 감정 기복의 폭을 최소한으로 만들어내는 연습을 한다. 당분간은 일정한 온도의 글을 쓰고 싶은 나의 바람이 담겨있다.




비가 오는 날의 글쓰기도 좋다.

살짝 가라앉은 기분과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적당한 습도까지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캔들 워머를 켜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토닥토닥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분위기가 좋다. 비 덕분이다.


비가 오는 날은 글쓰기에 몰입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더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글감을 찾아 나선다. 분위기가 스스로 글을 만들어 낸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술술 써지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날씨가 너무 좋으면 자연스럽게 들뜨는 기분 때문에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그에 비해 빗소리가 들리는 날은 따뜻한 방에서 글을 쓰고 싶어 진다.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매일 아침 5시에 눈을 떠 새벽 글쓰기를 하고 있다. 사실 아침이라고 글이 잘 써진다기보다는 조용한 시간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새벽에는 글쓰기보다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서보다 글쓰기의 비중을 높여서 계속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많이 채워 넣어서 흘러넘치는 그 기쁨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원래 쓰던 삶을 살았던 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쓰는 일을 멈추고 덮어두었기 때문에 글을 쓸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나의 여유로움 한가운데 자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독서가 지속되면 쉼이 되듯이 글쓰기도 온전한 집중으로 다른 생각을 밀어낸다. 많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차례차례 기다리는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글쓰기는 나를 구해낸다. 모든 생각을 비워내고 글감에 집중해야만 글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감사하다.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런 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매일 쓰려는 노력도 없을 것이다.




부족함이 나를 나아가게 한다. 나와 책 사이의 빈틈을 채워주는 글쓰기가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일은 모두 상자에 넣어둔다. 글 쓰는 동안 머릿속의 생각과 나의 마음과 그것을 옮기는 손가락의 협업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노력하는 모습이 내가 보아도 마음에 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글쓰기가 끝나면 발행 버튼을 누르고 다시 상자를 열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먼저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하루는 시간에 쫓겨서 눈을 뜨는 하루와는 달랐다.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도 새벽 5시에 눈을 뜨게 한다. 일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면 더 자고 싶었겠지만 새벽의 고요와 여유로운 글쓰기 덕분에 아침이 오는 것이 반갑다.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한다. 바쁜 시간 속에서 쓰는 글 보다 여유를 가지고 쓰는 글이 좋다.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수요일, 글쓰기로 여유를 만들어 본다. 여유로 채워진 수요일 하루로 주말까지 달릴 힘을 얻는다.


이것이 글쓰기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