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목요일부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엄마들이 힘겨워하는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 분명 어제까지는 여유로웠는데 오늘은 아니다. 내일의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오늘은 요가를 하러 출발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숲속의 요가원이 오늘의 목적지다.
요가를 하러 가는 날은 아침부터 에너지가 다르다. 생기 있다고나 할까. 몸에 딱 맞는 요가복을 입고 가벼운 옷 하나를 걸친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며 창문을 모두 연다. 갇혀있던 공기를 밖으로 모두 내보내고 새로운 공기를 맞이한다. 나의 생각들도 모두 환기시키며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튼다. 브레이크 등이 꺼지면 자연스럽게 출발. 나에게 에너지를 채우러 요가원으로 간다. 제주의 도로를 달리는 나와, 창밖의 풍경만으로도 행복지수는 상승한다.
나의 몸과 마음가짐을 다르게 해주는 요가는 나에게는 쉼표와 같은 운동이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쉼표를 찍는다. 바쁜 일상에서 일부러 쉬어가기 위한 장치이다. 요가를 하면서 에너지를 채우고 긴장을 풀어내는 연습을 한다. 요가는 확실히 이완 작용이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개운한 동시에 눈이 맑아진다. 머릿속을 비워내고 눈을 감는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모든 생각을 쓱 한쪽 구석으로 밀어 두고 눈을 질끈 감는다. 나는 지금 억지로라도 충분히 쉬어가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제주에 와서 제일 먼저 하려고 했던 요가. 요가원에 당장 등록을 했다. 이곳은 요가와 명상을 함께 수련하는 곳이었다. 최대 7명,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사를 와서 어색해하는 나와는 달리 다른 분들은 이미 꽤 친분이 있어 보였다. 쭈뼛거리면서도 그 안에 있는 내가 좋았다. 요가를 끝내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주고받는 눈빛에서 나도 모르게 따뜻함을 느꼈다.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다.
요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명상은 처음이다. 찬팅과 만뜨라. 노래 같은 주문과 울림이 있는 명상은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의식의 흐름을 알고 나의 호흡을 알아차린다. 머릿속을 비워내고 오늘 내가 쉬는 이 숨이 내 몸 구석구석에 닿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한다. 최근에 가족의 죽음을 겪어야 했던 나에게 숨이라는 글자는 다른 의미가 되었다. 사람의 숨이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너무나도 가까이서 자세히 보게 되었다. 두 발로 설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울고 웃으며 일상을 별일 없이 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아침이 감사하다. 오늘 이 하루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명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졸리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하다. 아직 적응 중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내고 나면 호흡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긴장하면 숨을 쉬지 않는 편이다. 긴장감으로 호흡을 멈추는 것이다. 그래서 긴장감이 몰려오면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나씩 세어가며 숨을 쉰다.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했을 때 어깨의 긴장감이 목을 타고 두통이 되어 나에게 알려 준다. 너 지금 긴장하고 있어 그러니 숨을 쉬어야 해. 숨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숨을 쉬는 것에 자꾸만 관심이 생기게 된다.
숨을 쉬려면 숨이 가쁘게 놔두면 안 된다. 숨이 가빠지면 자연스럽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요가와 명상을 하며 쉬어간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과 단어들 그 속에서 놓치지 않으려 끊임없이 메모장에 기록하는 일 역시 바쁘기만 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떠올라야 글을 쓰고 메모를 해야 더 나은 글을 만들 재료를 수집할 수 있다. 글감이 떠올라 기쁘면서도 하루 종일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로 피곤하다. 명상을 하면서도 오늘은 이 주제로 글을 써야지 하며 생각을 떠올린다. 선생님은 딴생각을 하는 나를 아시는지 얼른 다시 미간 사이의 불빛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그럼 얼른 알아차리고 미간 사이로 정신과 생각을 집중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상상하며 나의 생각을 모두 태워버리고 깨끗하게 비워낸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 채우기에 급급했던 서울에서의 시간과는 달리 비워내고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들까지 조금씩 떼어내는 시간.
요가와 명상이 나에게 주는 것을 받아들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