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요일이다.
평일의 마지막 날, 남편과 조촐한 맥주 파티를 하는 날이다. 재미있는 예능과 함께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금요일 저녁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마음이 여유롭다. 금요일 밤에 즐기는 맛있는 음식과 우리만의 작은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각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늦게까지 놀다가 잘 수도 있다. 모두에게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어지는 저녁이다.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그리고 과일도 함께 준비한다. 회와 매운탕, 족발이나 막창, 금요일에 빠질 수 없는 치킨도 자주 등장한다. 금요일 저녁은 주방도 쉬어간다. 일주일 동안 종종거리며 지나다니던 주방에게 잠깐의 이별을 고하고 여유롭게 식탁에 앉는다.
쓸데없는 말의 쓸모를 느끼며, 남편과 나는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쓰고 있는 회사 이름과 작가명 그리고 남편이 하고 있는 일의 중요한 장소와 건물 이름도 지어본다.
오늘은 회를 준비했다. 도톰하게 썰린 회를 두고 서로의 맥주잔이 쨍그랑 부딪힌다. 가볍게 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광어회를 한 점 꿀꺽 삼킨다.
"이번에 속초에 생기는 몰 이름을 하나 지어야 하는데 말이야."
남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의 눈은 반짝인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본다. 기획자 출신 부부의 배틀이 시작된다.
아무 말이나 일단 막 던져본다. 대신 부정적인 피드백은 금물이다! 원래 이렇게 막 던지다 보면 좋은 기획이 덜컥 걸리기도 한다.
"위치가 어디쯤이야?"
"속초 중앙시장 근처"
"그래? 위치는 괜찮다"
그렇다면..
남편의 입도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하는데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팽팽한 긴장감을 사이에 두고 상추에 회를 싸서 입에 넣어준다.(다정한 부부라고 오해하시겠지만 이렇게 음식을 넣어주게 된 계기가 있다.)
매콤한 청양고추가 들어간 쌈을 우걱우걱 씹으면서도 계속 머리를 돌러본다.
"감성돔! 어때? 여보?"
감성 땡땡이라는 간판들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감성과 갬성이라는 단어가 모든 마케팅에 들어갔던 그 시절.
속초 바다와 감성돔 조형물을 세우고 은은한 노란색 조명을 간접적으로 쏴주면 캬~ 생각만 해도 감성 뿜뿜인데?
남편이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다. 또 회 한 점에 와사비를 가득 올려 간장에 콕 찍는다. 오물오물 씹어 먹으며 다른 이름을 생각한다. 여기서 지면 끝이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니깐. 결국 웃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실제로 감성돔을 쓰려고 디자인도 만들었다. 지금 속초에 있는 몰은 다른 이름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감성돔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유의 한 조각을 만들어 서로에게 건네는 일, 이것이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이다.
평일의 긴장을 내려놓은 저녁시간에는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던 말들도 나눈다. 서운하고 속상한 일들, 부탁하고 싶은 말들, 어떤 말이라도 좋다. 제일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지막이 전하는 부탁은 무엇이든지 오케이다.
그럼 왜 금요일이어야 할까. 주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잠을 깨지 않아도 되고,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아침 시간만 여유로워도 하루가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그만큼 평일의 긴장도는 높기만 하다.
맥주와 막걸리 그리고 와인과 소맥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 사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술을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항상 금요일 저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약속들은 다 미뤄두고 금요일 밤은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가끔 남편의 지인들이 와이프와 함께 보내는 금요일 밤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반대로 와이프와 함께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대화라는 것이 끊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루틴을 만들어 서로의 사이를 끊임없이 보살피고 있다. 얼핏 잘 지내는 부부처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대화 때문이 아닐까.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잔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꼭 맥주가 아니라도 좋다. 긴장을 풀고 대화할 마음을 가진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대화의 자세는 여유에서 온다. 여유로운 마음은 날 선 말들도 둥글게 껴안아 줄 수 있다. 예민한 마음도 포근히 감싸고 다독일 수 있는 것이다.
금요일 밤은 늦잠을 자도 다음날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여유 있는 금요일이 된다.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나의 몸과 마음에게 쉼을 허락하는 일인지 알아차리고 나서야 시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가족 모두 거실에 누워 맛있는 과자를 나눠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려 한다.
금요일의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며.
없는 여유를 억지로 데려와 금요일 저녁에 앉혀둔다.
여유야, 나와 우리 가족 옆에 잠시 앉아서 기다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