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극복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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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jwy



세어봤다. 지난 삼 일 동안 토한 게 10번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Antihero 속 가사처럼,

차라리 두 눈으로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있어도 거울을 마주할 수는 없다.

그 속에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패기 넘치게 폭식 극복기를 써놓아놓고서 현실에 치여 글도 쓰지 못하고 그 때 그 때 닥친 일만 어영부영 마무리하며 살다보니 어느덧 2달이 다 되어간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쓰고 싶었던 글은, 한 번 시기를 놓치니 더 이상 다시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게 나의 문제다. 늘 그 때의 의지만 강력하고 그걸 끝까지 지켜내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10년 째 폭식을 달고 살고 있는 거겠지.


진심으로 나아지고 싶은 게 아닌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따위 짓을 강산이 변할 동안 할 수가 있는 건지.

나는 나약하기 짝이 없다.


힘이 든다. 버겁다. 차라리 마약에 중독된 거였으면 좋겠다. 호기심에 마약을 시도했다가 그 중독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불량한 마약사범이었다면, 어쩌면 이토록 나를 혐오하진 않을 지도.

왜냐하면 마약은 원래 그런거니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쁜 물질이니까.


그런데 음식은?


이 지구에서는 수백만의 아이들이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 죽어가는데.

나는 감사한 줄도 모르고, 뱃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가, 전부 게워낸다.

아무도 마약을 안한다고 죽지 않는다.

그러나 음식을 안하면 죽는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 일용할 양식. 감사해야 할 것들을.


신이 있다면 극노할 테다.


괜찮아진 듯한 날들도 여러번 있었다.

한 달을 넘게 얌전했던 적도 있고, 건강하게 꾸준히 운동으로 이겨내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해일이 밀려오기 전 폭풍전야였나보다. 그 때 참았던 날들이 오히려 더 강한 몸집으로 나에게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 그래 마치 꾸역꾸역 담아두었다가 결국 터져버리는 둑처럼. 그래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구는 파도처럼.


올해 들어 상담을 포기했던 것은 제법 단순한 이유였다.

모든 의사들이, 모든 상담사들이 내게 똑같은 말을 한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뇌가 망가져있는 거라고. 약의 힘을 빌리면 나아질 것이라고.

식단일기를 쓰라고. 하루하루 무엇을 먹었는지 되새기고 기록하라고.

정해진 식사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으라고. 절대 굶지 말라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보라고.


말은 쉽다. 그렇게 나아지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한 방법들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상담과 방향이 되어 호전으로 이끌어겠지.


그런데 왜 나는 안될까.

왜 나는. 언제까지 허우적대고 있어야 할까.


이 곳의 시차로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밤에,

짙게 내린 어둠을 응시하며 생각해본다.

나는 나를 언제야 사랑할 수 있을까.

뚱뚱한 나를, 잦은 구토에 잔뜩 상한 피부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금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유는 자꾸 허튼 생각이 들어서다.

감정의 배설구처럼 나의 나쁜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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