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극복기

3

by jjjwy



봄학기가 끝났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내 몸이 시험기간을 맞아 잦은 폭식과 구토를 일주일에 네다섯번씩 행하고 나니, 내 몸은 잔뜩 부었고, 살이 쪘고, 눈빛은 퀭하게 변해있다.

그저께는 시험이 끝났다고 술을 왕창 마시고 또 한 번 필름을 끊어먹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떠 가만히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인생이란 게 워낙 다채로워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이란 건 있는 것 같다.

이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적어도 나를 위한 길은 아닐 테니까.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조금 알아보았다. 프로그램 매니저가 나의 문항지를 읽고는 우울증세와 폭식, 폭음이 심각하니, 섭식장애를 주되게 다루는 클리닉에서 약물처방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라고 권해주었다. 나는 금액만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또 다시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울고싶어졌다.




왜 나만. 이렇게 살고있지?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자기주도적으로 멋진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또 한 번 불안감과 자기혐오가 밀려와 정신적으로 급격한 허기가 졌다. 나는 또 한 번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와 입에 욱여넣었다. 그러나 구토까지는 가지 않았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아, 이렇게는 정말 안되겠구나.


가족의 목소리가 듣고싶어 가족에게 전화했다.


나 나아질 수 있을까. 물으니,

당연하다고 했다. 왜 그걸 의심하냐고 했다. 그 말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내가 나아질 것이라고 틀림없이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생각하고 보란듯이 이겨낼 것이다.

이번 여름은 그렇게, 나 자신을 돌보는 날들로 채울 것이다.


그 어떤 강박도 가지면 안되지만, 다음의 것들은 꼭 지켜보려고 한다.


1. 술 마시지 않기

: 나는 술을 마시는 순간 음주 충동을 절제하지 못한다. 필름을 끊는 것도 다반사고, 술을 마시고 나면 음식도 무진장 주워먹기 일쑤다. 악순환의 제일 크나큰 주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술을 끊지 못했던 이유는, 알콜중독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술에 절여진 몸이라서,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져서. 그러나 이제는 안된다. 정말 나아지고 싶다면, 이번 여름 동안만이라도 술을 끊어보자.


2. 새로운 운동하기

: 언젠가부터 헬스장에 가는 일은, 즐겁게 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따분한 습관적 행위가 되었다. 가기 싫어서 몸이 찌뿌둥한데 그걸 강박처럼 여기다보니 어느 순간 운동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제는 그래서 헬스 말고 다른 운동에 취미를 붙여보려고 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운동.


3. 매일마다 조금씩 쓰기

: '슬프다'고 글로 작성하는 순간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기보다는, 밖으로 표출하기. 감정을 글로 정리하고,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잔잔히 기록해보기.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를 조금 더 잘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4. 햇빛 쐬기

: 날씨가 좋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열심히 제 삶을 구축하는 것을 보고 똑같은 열정을 느껴보기.


할 수 있다. 나아질 수 있다. 할 수 있다. 행복해질 수 있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자격이 있다.

나는 음식의 노예로, 술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 할 수 있다.

슬프면 울자. 슬프면 영화를 보자. 슬프면 다른 운동을 하자.


나는 살이 쪄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적어도 지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살이 찐 나도 사랑해줄 것이다. 나는 패션모델도, 연예인도 아니다. 그러니까 대충,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고 했으니까. 나 아니면 누가 내 삶을 돌보겠나.


내일은 클리닉에 전화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폭식 극복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