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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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jwy


비규칙적인 주저리주저리가 벌써 5번째.


지난 글을 한 번도 다시 읽어본 적은 없다. 읽으면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힘들 것 같다. 이 글도 아마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써내려가고 다시 돌아보지 않겠지. 매번 순간의 배출구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쓴다.


한 달간 나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왔고, 그 과정에서 오랜만의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여행자의 신분 상 보다 자유로운 마음이 되어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하루에 3만보가 넘게 걸으며 여행지의 정취를 온 몸으로 느꼈는데, 그 과정에서 '살만하다'는 기분이 든 것을 보면 역시 탈출이 절실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책도 읽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했다. 휴머니즘을 다룬 소설도 읽었고 삭막한 사랑 이야기도 읽었고 날카로운 사회 비판 책도 읽었다. 참 어렵다. 세상엔 혐오와 갈등이 너무나 만연하고 그 와중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는 나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소위 말하는 "대가리 꽃밭"이 된 것 같다. 현실은 모질고 나는 무디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늘 현실감각이 부족했고, 이리저리 휩쓸렸을지도.


여행을 즐기고나서 나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뻥 뚫린 듯 했던 가슴이 다시금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답답해졌다.


돌아오니 할 일이 많았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아야했지만, 문득 현실을 자각하면 남들에 비해 초라한 내 모습이 싫었다. 여행에서와 현실의 간극 때문에 나는 두 번을 폭식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발전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식습관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군것질거리를 모두 갖다버렸다. 이른바 '고삐 풀리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에잇톤 트럭처럼 음식을 집어넣는 나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 따위는 독과 같았다는 것을 분명히 머리로는 알았으나, 순간적인 기쁨을 놓지 못하고 꾸역꾸역 집구석에 박아두었던 나는 달라졌다. 분명히 달라졌다.


마트에 가서 채소를 많이 샀다. 내가 싫어하는 오이도 포함해서(무려). 초록야채를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야채를 먹다보면 내가 나 스스로를 아껴주고 있다는, 내가 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 자신에게 상을 내리는 기분이다. 비록 그렇게 맛은 없지만, 그 기분 자체로 나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니 되었다.


절대 마트에서 과자 및 군것질거리를 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고, 다행히 잘 실천하는 중이다. 당이 땡길 땐 출근하면 탕비실에 놓여있는 초콜릿을 하나 까먹는다. 자제하는 와중에 하나 집어넣는 초콜릿은 그보다 맛있을 수 없다. (초콜릿은 차마 포기할 수 없다. 그래도 절대로 사지는 않을 것. 집에 쟁여놨다간 한 번에 다 털어넣고 죄책감에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에).


기상시간을 앞당겼다. 아침을 꼭 챙겨먹기 시작했다. 시리얼이든 샌드위치든 오트밀이든 뭐든지. 아침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점심까지의 시간이 괴롭지 않다. 또한 점심을 과식하지 않게 된다. 삼시세끼 꼭 다 챙겨먹고 꼭꼭 씹어드시라는, 그동안 받아왔던 상담에서 강조했던 기초사항을 이제서야 실천하고 있다. 이 간단한 걸 왜 못했느냐고? 그건 우울증을 겹쳐 앓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주 작은 변화 하나 실천하기 참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러 가고 있다. 수영을 새로 시작했다. 비록 이제 겨우 숨을 쉬는 단계지만 물 속에 잠겨있다보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 휴양을 즐기는 느낌도 든다. 비대했던 근심걱정이 물에 녹아 흐물해진다. 미숙한 탓에 물을 들이키고 삼키면 콜록콜록 물을 뱉는다. 그러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든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그냥 얼른 잘하게 되어야지, 라는 생각만 든다.


생각 내려놓기를 실천하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멘탈이 약한 나는 이런저런 일에도 잘 흔들린다. 예를 들면 친구의 말에, 과거 생각들에, 곧 닥쳐올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내 일에 집중하려 해도 한 번 빠진 생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럴 때면 그냥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넷플릭스를 켠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틀고 집중한다. 그러면 나는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고 현실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잠시 잊는다.


그렇게 살고 있다.

여름방학이 어느새 한달이 넘게 지났고 내가 이룬, 남들이 알아챌만한 '성취'는 없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삶을 가치있게 '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많이 흔들린다. 그래도 나 스스로를 아껴주자고 다짐했고 그래서 몇 가지 변화를 거쳤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일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엄연히 큰 한 발자국이다.


계속해서 투쟁 중이다.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뒤돌아보면 '자그마치 10년 동안 그렇게 힘들었지'하고 웃어넘기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렇지 않'는 것도 엄청난 투쟁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누군가 알아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다행히 살아있다. 그래서 다짐할 수 있다. 오늘도 잘 싸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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