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거절 요령
첫 소개팅에서 첫 인사를 하는 순간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 있다. 바로 거절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는 상황이다. 상대방의 호감 신호와 달리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 거절을 직접해야하는 상황에 놓여본 사람을 알 것이다. 차라리 연락이 흐지부지해져버리거나 애초에 거절받는게 오히려 속편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끝 마무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거절 전 상기하기 좋은 '애프터 거절의 팁'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이웃집 살인마' 도서 등을 통하여 다양한 살인 심리에 대해 연구 및 저술한 바 있다. 살인 심리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하지 말아야 행동으로 손꼽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긁는 행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분노하고 삭히는 정도에 끝나겠으나 일부 극단적인 행동(공격 혹은 자해)으로 이어나가곤 한다. 물론 지인이 소개팅을 이어준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속마음은 알기 어렵다. 그렇기에 거절에 있어서 자존심에 칼집을 내는 행동 등은 조심함이 좋겠다.
'외모가 제 스타일이 아니여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땀 냄새가 심하신 것 같아서...(이하 생략)', '제가 키가 작아서 그런지 저는 키 큰 사람을 만나고 싶거든요. 그래서 제 스타일이 아니신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직장은... (이하 생략)' 등과 같이 상대방 자존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거절 멘트는 삼가함이 좋다. 어영부영 거절하는 것보다 단칼에 거절함이 예의라는 생각에 나름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주선자 등과의 관계 및 당신의 이미지 등에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조심함이 좋다. 의도와 달리 오히려 무례하며 개념이 없다는 등의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팩트 상해치사'하며 거절함이 아닌 '상대방의 노고를 일부 인정하며 예의있게 거절함'이 필자가 추천하는 바이다. 예시로는 다음과 같다. (멘트 자체보다는 대화의 방향을 중심으로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씨 덕분에 오랜만에 예쁜 카페에 가봤네요', '오늘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와 같이 쿠션어를 시작하여 '오늘 여러모로 배려해주셔서 ○○씨는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이성으로 보다는 편한 친구/오빠/동생처럼만 느껴졌어요. 저희가 인연은 아니지만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와 같이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관계를 매듭짓는 방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희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에 거절 문장에는 '거절'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연이 아닌 것 같다 등)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방법이 아닌 카톡 등 메신저의 답장 속도를 30분, 1시간, 2시간, 6시간 등 차츰 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눈치를 주는 방법도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해당 방법에 눈치를 채고 마음을 접곤 한다. 다음 단계로는 안읽씹/읽씹이 있겠다. 눈치로 알아서 마음을 정리해준다면 정말 고맙겠지만 희망의 끈을 놓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종종 생기곤 한다.
이러한 서서히 멀어지는 듯한 거절 방법은 당신의 스타일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사람(대학, 모임, 직장, 학원 등)이라면 비교적 쉽게 알아듣겠으나 소개팅과 같이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전혀 인지를 못하거나 당신 역시 상대방이 눈치있는 스타일인지 아닌지를 인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오해의 요소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해당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진 못하겠다. 당신은 거절의 신호를 보냈으나 상대방은 정말 바빠서 답장이 늦구나 등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소개팅 상대가 눈치가 아주 빠른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경우 정중하며 깔끔하게 거절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켜주되 희망을 남기지 않는 거절 문장'으로 상대의 에프터를 거절을 해야하며(정확), 거절 멘트는 늦어도 2일이 지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의사를 표현함이 좋다(신속). 상대방의 몇 번 더 봤으면 좋겠다와 같이 희망의 끈을 놓치지 못하고 있다면 '제 생각은 바뀔 것 같지 않아요. 죄송해요. 그래도 ○○씨는 좋은 분이시니 분명 더 좋으신 분 만날 수 있을거에요'와 같이 단호하게 거절함을 추천한다(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