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심리 전술학개론을 마치며
최근 재미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2가지의 소개팅을 보게 되었던 날인데요.
첫 번째 소개팅의 장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성분이 먼저 오셔서 커피를 마시면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늦게 도착하는 듯하였습니다. 나이대는 30대 후반으로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남성분이 도착하였습니다. 이마가 넓었는데 머리숱이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여성분들이 선호하지 않을 머리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옷차림은 단점이 딱히 잡히지 않을 단정한 차림이었습니다. 깔끔한 검은색 코트, 회색 니트, 그리고 짙은 회색의 슬림 스트레이트 데님 바지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리된 체형이었습니다.
늦게 된 사정 자체를 수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소개팅을 이어나갔습니다. 공간을 여유롭게 장악하고 편안하지만 자신감 있게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대화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으나, 여성분은 짧은 시간 내에 호감에 찬 표정이 바뀌었고 소개팅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연인으로까지 발전은 잘 모르겠으나, 소개팅은 성공적으로 보였었고 남성분 역시 마음에 드셨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느낀 부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외모를 떠나 단점이 잡히지 않을 깔끔한 옷차림, 외적 및 내적 자기관리된 모습, 자신감 있는 모습, 변경하지 않는 모습이 소개팅을 긍정적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으며,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분명 긍정적인 방향의 대화를 잘 리드했겠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모범 답안 같았습니다.
두 번째 소개팅 장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친한 동생과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커플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연인인 줄 알았으나 친한 동생이 눈빛으로 '소개팅하고 있나 봐'라는 사인을 주었습니다.
남성분은 외적으로 훌륭했습니다. 깔끔하면서 트렌디한 옷차림, 3일 이내로 다운 펌을 한 깔끔한 머리, 큰 키와 훈훈한 외모였습니다. 여성분 역시 처음에는 딱히 '긍적 혹은 부정'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갑자기 여성분의 급여, 인센티브 등의 예민한 부분을 물어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남성분은 별다른 뜻은 없어 보였습니다. 단순할 말이 없어 무의식의 흐름처럼 이야기한 듯해 보였습니다. 분위기는 새벽 공기에 자동차 유리 위에 앉는 서리처럼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소개팅해줄 때 ○○(친구)가 뭐라고 이야기해 주었나요? → '자신에 대해 어떤 칭찬을 해주었나요' 등의 흐름으로 칭찬(인정)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서울이 복잡해서 싫어요', '친구들은 군대에서 전부 헤어졌어요', '교수님이 내주시는 과제의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어요' 등과 같이 모든 대화를 부정적으로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분은 대화에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친구한테 전화가 오자 1분 이상을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비호감의 신호'로 보였습니다.
저희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습니다.
첫 번째의 케이스가 훌륭하고, 두 번째의 케이스가 우매했다는 식의 평을 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20대 초반으로 보였습니다. 즉 이전 케이스 대비 경험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너무나 당연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고 무조건 소개팅을 잘 리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주변 30대 중, 후반에도 허우적거리시는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케이스보다 두 번째 케이스의 남성이 외적으로 훨씬 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주 상이했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소개팅에 있어 외모는 참가권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 있겠으나 '결정적이지는 않다'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키가 좀 작다고, 살이 좀 쪘다고, 패션 센스가 타고나지 않았다고 하여 무조건 소개팅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순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개팅 분위기를 어떻게 리드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등의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돌발 상황에 영향받지 아니하고 어떻게 잘 넘어갔는지' 등일 것입니다.
두 번째 케이스에 더 눈길이 갔던 것은 저 역시 똑같이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남성분들이 한 번쯤은 겪었던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개발 도서에서 읽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연구 내용 역시 많으며, 많은 자기개발 강연해서 언급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수영 수업에 있어서 그룹을 A, B, C로 나누었습니다. A그룹에게는 교육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연습을 하라고 하였고, B그룹에게는 정교한 이론 수업과 실습수업 및 연습 등의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C그룹에게는 실습 등의 연습은 없었으나 정교한 이론 수업을 가르쳤습니다.
일정시간이 지난 후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A그룹은 실력이 늘지 않았습니다. B그룹이 가장 많이 실력 향상이 되었습니다. C그룹은 B그룹과 동일하게 실력향상하진 않았으나 큰 격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실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선명하게 상상으로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운동선수들이 활용하고 있는 이론입니다. 잠들기 직전에 눈을 감고 시합을 뛰는 상상을 하는 등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제대로 된 이론 없이하는 연습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연습할 기회가 많이 없다면 상상만으로도 꾸준하게 연습한다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소개팅에서도 그러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반성도 발전도 개선도 없이 반복만 한다면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계속해서 행할 경우 오히려 '학습된 무기력' 등으로 악영향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소개팅이 잘되지 않았더라도 낙담하거나 상대를 저주하기보단 어떤 부분이 안 맞았는지, 내가 대화 흐름을 너무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대화의 흐름은 부정적이진 않았는지 등을 뒤돌아보며 개선해 나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발전을 도모하다 보면 변화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저도 그러했고 저의 지인도 그러했습니다. 그리도 여러분도 그러할 것입니다.
자동차 카피라이팅에 '인생은 항해다, 이것이 요트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개선하겠다는 등의 결심이 연애라는 항해에 훌륭한 요트가 되어주진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항해에 이 미니북(소개팅 심리 전술학개론)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더더욱 영광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