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의 유혹

by 파란레몬

제목은 반주의 유혹이지만 놀랍게도 금주 2주 차에 성공했다.

지난주 삼겹살에 소주로 나를 유혹하던 남편의 계획은 단골 삼겹살집이 쉬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새롭게 간 뒷고기집의 뒷고기가 너무나 술안주로 딱인 맛이라 하마터면 흔들릴뻔했다.

남편은 딱 술안주인데 안타깝네라며 혼자 맥주 2병에 소주 1병으로 소맥을 만들어 맛있게 반주하는 모습으로 유혹했지만 컨디션이 그때까지도 영 좋지 않아서 반 강제로 참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파파존스가 1+1 할인을 하는 금요일이었다.

다른 피자집의 피자는 이상하게 자꾸 밀가루 비린내가 강하게 느껴져서 한조각도 겨우 먹는데, 파파존스의 존스 페이버릿은 나 혼자서 라지 한판을 거뜬히 먹을 수 있다.

그런 파파존스의 피자를 두 판을 사서 가는 불금, 어찌 피맥의 유혹을 참아낼까..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때까지도 컨디션이 안 좋았던 덕분에 그저 피자 먹을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남편이 즐겁게 피자 세 조각에 맥주 한 캔을 곁들여 천천히 반주를 즐기는 동안 나는 피자 한판을 거덜 냈다.

정말 오랜만에 남편보다 더 많은 양의 식사를 마친 뒤 이 정도로 잘 먹었으면 분명히 건강해졌다고 의기양양하게 게임으로 불금을 보내려 했지만, 피자는 건강식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지 으슬으슬 올라오는 감기기운에 얌전히 침대로 직행했다.


토요일도 열이 37~8도를 왔다 갔다 해서 종일 누워있었고, 그런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남편은 붕어빵을 한봉투 사 와서 안겨주었다.

아프다 싶으니 술은 안 들어가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먹을 것들은 잘만 넘어간다.

물론 너무 달아서 못 먹는 슈크림 붕어빵은 기미만 하고 남편에게 넘겨주었다.


하루를 꼬박 먹고 눕고를 반복했더니 일요일은 드디어 몸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조금 움직일만하다 싶어 청소기를 돌리려니 남편은 본인이 하겠다고 하루만 더 누워있으라며 만류했다.

열이 내려서 그런지 아직 여름이불을 치우지 않은 침대가 살짝 춥게 느껴져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웠더니 그게 또 측은해 보였는지 남편은 부랴부랴 따뜻한 이불로 교체하고, 난방텐트까지 뚝딱뚝딱 조립하더니 난로까지 꺼내와서 켜주었다.

따뜻한 침대 속에 쏙 들어가 누워있으니 고양이도 발치에 자리 잡아 아주 행복한 상태에서 엄마와 전화로 수다를 떨었는데, 여태 몸이 안 좋았다는 얘길 들으시자마자 오히려 술을 안 마셔서 그런 게 아니냐고 하셨다.

옆에서 빨래를 개던 남편도 그게 맞는 것 같다며 수긍했다.

처음에는 빵 터졌는데 생각해 보니 제법 그럴싸한 게 아닌가..? 술꾼이 술을 안 마시면 아플 만도 하지..

하지만 그만큼 간이 술에 많이 손상되었었다는 뜻이 아닐까..


아무튼 간이 잘 회복했는지 어제는 동태탕을 먹고 있자니 오랜만에(ㅋㅋ) 소주 생각이 간절해졌다.

기왕 안 마시기로 했으니 한 달은 참아봐야지라는 생각에 잘 참아내긴 했는데 문제는 또 이번 주 주말이다.

소소한 탐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순천만습지로 여행 계획을 잡아놓았는데 국내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막걸리로 반주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과연 술의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

심지어 몸 컨디션까지 돌아왔는데 안 마시고 금주 3주 차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다음 주도 자랑스럽게 금주 경신을 기록하고 있을지, 반성문을 쓰고 있을지 조금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술, 드디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