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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레몬 May 09. 2024

집순이 집돌이의 얼레벌레 백제 역사 유적 지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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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이상하게 한국사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매국노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그저 먼 나라 이웃나라 외국 편이 조금 더 재미있었던 유년시절의 취향과 국사 선생님의 조금은 지루한 수업방식, 그리고 1을 물어보면 100가지의 대답을 해주시던 투머치토커 아빠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한국사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역사덕후, 줄여서 역덕인 남편과 결혼하면서부터였다.


우리 부부는 서재에서 각자의 컴퓨터로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하루는 남편의 플리, 하루는 나의 플리를 틀어 같이 들으며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신혼 초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었다.

지금은 서로가 듣기 싫어하는 게 어떤 것 인지 대충 알기 때문에 교집합의 것으로 플리를 틀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는 했다.

나의 플리는 주로 재즈, 여자아이돌 노래, 클래식 등이었고, 남편의 플리는 메탈, 댄스음악, 정치 팟캐스트, 역사 다큐 등이었다.

우리는 결혼 전부터 비주류에 속하는 메탈 취향이 비슷한 점 때문에 빠르게 친해졌기 때문에 메탈은 당연히 교집합에 들어갔고, 여자아이돌 노래와 댄스음악도 신나는 음악이니까 교집합에 자연스럽게 들어갔지만 재즈와 클래식은 남편이 졸리다는 이유로 제외되었고, 남편이 듣는 정치 팟캐스트는 큰 소리를 내는 남성들의 목소리에 짜증이 치솟는 나 때문에 제외되었다. (하지만 나와 남편의 정치성향은 같은 쪽에 속한다는 점이 좀 웃긴다.)

역사 다큐 또한 내가 졸리다는 이유로 제외될 뻔했는데 그중 하나가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어서 살아남았다.


그 다큐는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이 보수 정비를 위해 해체하던 중에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리장엄구가 2009년에 발견된 내용이었다.

몇 년 전에 본 다큐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분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도굴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기록과 함께 남아있었다니..

그때의 감동으로 의욕이 솟은 나는 패기롭게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결과만 먼저 얘기하자면 아직 까지 시험에 응모조차 하지 못했다.

여러 해에 걸쳐 여러 번 공부를 시도했지만, 조선시대 붕당정치에서 꼭 흥미가 떨어져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 시험은 찍기만 하던 내가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 아닌가 하고 합리화시킨 뒤 흥미와 재미의 영역으로 아직까지 가볍게 탐구하고는 있다.

왜 시험이 목표가 되면 재미가 없어지는 걸까, 그 점만은 항상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청개구리 심보는 언제 사라질까


서론이 길었는데, 한국사를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삼국시대였다.

어떻게 세 나라가 그렇게나 개성이 강한지, 책에 언급되는 유적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는데 신라의 유적들을 볼 수 있는 경주는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가까운 도시였기 때문에 이미 어릴 적부터 수학여행, 졸업여행, 데이트코스, 가벼운 드라이브 등등으로 이미 지겹도록 봐왔었지만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신라 유적지들을 방문하고 나니 자연스레 그다음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때가 코로나가 딱 터지기 전 여름쯤이라, 우리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미뤄졌고 미뤄지다 보니 살짝 시들해졌었다.

다시금 불이 붙은 건 쓰다가 구석에 넣어둔 5년 일기를 오랜만에 읽어보면서였는데,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에 공주, 부여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사는 지역에서 공주, 부여로 가려면 자차로 대략 편도 3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장롱면허 10년 차인 나를 제외한 남편 혼자 오롯이 운전해서 가야 하는 길 인지라 남편의 부담이 컸고,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값이면 차라리 제주도를 가는 편이 좋지 않나 했었다.

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연휴에 제주도로 가는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썩 맘에 들지 않는 시간대와 가격대의 항공편밖에 없었고, 해외로 가자니 여행일정이 길어져 집에 혼자 남아있어야 될 고양이가 걱정이었다.

그냥 집에 있자니 연휴가 아깝고, 요 근래 체력이 붙은 남편이 호기롭게 3시간 운전 그까짓 거 한번 해보자며 얼렁뚱땅 여행지가 정해졌다.

에바에 타라 신지 대신 운전을 해라 남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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