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기억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사건에 대한 기억은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머릿속에 자신의 기억으로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한다.
내가 믿고 있는 나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 자신이 분열하게 된다.
오래전 봤던 드라마가 생각나서 글을 시작한다.
'괜찮아 사랑이아'의 모든 인물들은 어떤 정신적 결핍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들이 각각 갖고 있는 결핍들을 극복해 나아가는 이야기들이라 이해했고.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생각나는 드라마..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의 형 장재범은 어릴 적 폭력적 아빠의 학대 속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어떤 사고에 의해 아빠가 죽어있는 장면을 보고 현장에 있던 동생이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대신 자신이 했다고 자백하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오랜 복역기간 중에 마음이 바뀌어 동생이 죽인 거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결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동안 세월이 흘러 동생은 유명한 셀럽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형이 정신병자라 생각하고 대응하는 모습에 너무 억울해 미칠 것 같은 마음에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도록 힘든 상황 속에 세상 속 사람들은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결국 동생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변해 버린다.
확실하진 않지만 내 기억으로는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는데 아빠를 죽인 건 동생이 아니고 기억을 잃어버렸던 엄마였던 걸로 밝혀지는데.. 결국 동생도 상처받은 피해자였던 거였는데,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 장재범이란 사람의 감정이었다.
자신의 확실한 기억은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는데 대신 감옥살이를 하는 것도 억울한데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세상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정신병자로 취급해 버리는 상황..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이라고 믿는 일을 세상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 때..
나중에 이런 상황을 알게된 정신과 의사로 나온 성동일이 한 대사..
'너 참 외로웠겠구나.'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주관적인 기억들에 대한 실험을 보여줬다.
아래 그림을 10초만 보고 질문에 대답하는 실험이었다.
10초 동안 본 물건들을 물어보며 기억력을 테스트하는데, 물론 특별히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는 사람마다 각각 기억하는 물건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책은 있었다는 답을 한다고 한다. 없는 사실도 기억의 왜곡, 책장이 있으니까 당연히 책이 있었을 거라는, 으로 믿고 답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스키마 이론(Schema Theory)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기억의 왜곡을 설명한다.
스키마의 개념
스키마는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지식의 구조이다. 스키마는 자신의 기억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선택하고, 선택한 정보들을 인지구조 속에 의미 있게 통합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
(https://m.blog.naver.com/tntbyj/221917402075)
결론은..
각자가 다르게 갖고 있는 스키마에 따라서 인지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혼 이야기'란 영화 속 이혼을 앞둔 부부가 옛일을 회상하며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경험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남은 기억들은 서로가 다르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잘못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로 인해 본인은 정확히 인지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따라오는 확증편향..
요즈음..
극단적으로 가는 정치가 그렇고..
극단적으로 가는 사회가 그렇고..
극단적으로 가는 가족이 그런것 같다..
그래서..
상대방이 확신에 찬 말들을 내게 쏟아부을때..
나는 입을 다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