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린 날의 추억일 뿐
추억이라 믿었던 것들은
오래 썩는 기억일 뿐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요즘 내 머릿속에 한참을 머물고 있다. 원곡자보다 김세정+이무진이 부르는 버전이 더 와닿는다. 원곡자보다 이 두 사람이 부르는 버전의 가사 전달력이 확실히 좋았다.
며칠 전 대학교 전공 동기가 내가 사는 도시에 놀러 와서 퇴근 후 만나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길어져 저녁을 먹고 그 친구가 잡은 호텔에 가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체 먹은 술은 맥주 두병씩.. 한 명은 대학교수로 한 명은 외국 건축가로 이렇게 오랜 시간 후 이런 먼 타지에서 만나 이야기할 거라고는 적어도 몇 주 전까지의 내 인생에서 전혀 계획되지 않았었다. 졸업 후 처음 얼굴을 본 것이라 수십 년 만이었는데 서로 별로 변하지 않음에 놀라며 쉽게 편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친구가 기억하고 있는 내 대학 때의 이야기들 듣는 경험은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나의 첫 설계작품과 마지막 졸업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내겐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고, 나의 옛사랑을 기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충청도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유대감도 반가웠다.
하루하루 허덕허덕 살다가 가끔씩 밀려오는 어린 날의 기억들이 이제는 노래의 가사처럼 부질없는 것으로 여겨질 때즈음..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의 아저씨의 대사처럼.. 내게 귀인이 왔다가 갔다.
인생이 고통인데 가끔씩 찾아오는 행복이 이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라는 말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p.s. 너무 급하게 가까워진 것이었는지 다음날 왠지 어색해서 잘 돌아갔는지 안부인사를 못했다. 그 친구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그 친구도 충청도 'A'형일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