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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Feb 15. 2024

솔직과 거짓 사이

모호함이 있다.

모르는데 '모르지 않는 척'하는 것과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모르는데 모르지 않는 척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것이고,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은 거짓인 것이다.


무엇에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몰라도 어릴 적부터 솔직함이 제일 좋은 것이라 생각했고,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위선적인 사람이고 거짓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 솔직하려 하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난 고민에 빠졌다. 난 솔직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도 내게 솔직했으면 좋겠는데..

마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지던 날'에서 순수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순수한 내게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절규하며 짝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여자를 죽였던 남자의 심정처럼..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될 때..

나는 선택해야 했다.  그대로 나의 본능에 남아 나의 세상을 만들어 사는 것과 위선적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에 나를 맞춰 살아가는 것..

내게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사회부적응자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세상이 다르게 흘러간다면 내가 맞춰야 한다고..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말했던 대사도 생각난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르는 척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르는 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마래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걸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나이가 들면서 언제인가 나의 솔직함이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고, 때론 나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솔직함을 숨기고 나를 포장했고, 그렇게 어른(?) 이 되어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나처럼 솔직함이 디폴트가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함이 디폴트인데 그것을 감추고 사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는 솔직함은 어리석은 말일뿐이었고 작은 거짓말과 위선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껄끄러움이 되지 않았다.


솔직함을 숨기며 가면을 쓰고 있는 내게, 상대방의 민낯이(물론 가면을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가면이 아닌 것 같아 보일 때.. 세상에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호함을 유지하는 것.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난 아직도 거짓말하는 사람이 싫고 거짓말하며 살고 싶지 않다..

솔직하지 않은 것까지는 갔는데 거짓까지는 가고 싶지 않은.. 나의 최종 보루인 것 같다.


가면이 없다.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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