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일곱

1. 오십을 목전에 두었다.

by 늙은 아빠

오십을 목전에 두었다.



스무 살 때 그리던 나의 사십 대는 어떤 모습이었나. 그 시기쯤 일기처럼 끄적였던 나의 예전에는 젊음을 경제적 자유와 등치 시킨 부유한 중년의 여유를 떠올렸었듯 하다.




나이를 먹어 오십을 목전에 둔 지금 예전에 상상했던 나와 같은 건 나의 결혼과 자녀 유무 정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아버지의 부재를 정확히 예상하지는 못했다.




현실에 적당히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작은 불의에는 모른 척 눈 감을 용기도 있건만 이제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선택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때 좀 더 이른 나이에 그 사람과 가정을 꾸렸더라면, 아니면 그때 빚을 지고 집을 샀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돈 따위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호기롭던 시절이 있었다. 대출을 받아 갭투자로 집을 사는 주변의 모습이 투기꾼처럼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분수에 맞게 살자. 하늘 아래 따스히 덮을 이불 한 장과 바람을 막을 벽 한 칸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같잖아서 웃음이 난다지만 그때 꽤 절실했던 지키고 싶던 정체성 같은... 더 언급하기 부끄러워 이쯤에서 말을 줄인다.




오십을 목전에 두었고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집에 살고 있다. 박봉이지만 직장은 있다. 직장은 있지만 내 남은 삶에 대한 큰 기대는 없다. 내 삶에 대한 기대는 없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다.




나는 나를 꿈꾸지는 않지만 나도 여느 부모처럼 아이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