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일곱

2. 드디어 오십 살이 되었다.

by 늙은 아빠

드디어 오십 살이 되었다. 결혼한 지 9년 차가 되었고, 여전히 전셋집에 살고 있다. 그 9년의 시간 동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한 생명이 태어나 떠난 이의 빈자리를 채워 주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여 살고 있지만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입에 풀칠을 겨우 하며 사는 삶’은 아니었지만 지금 나의 모습이 어릴 적 상상했던 풍요로운 중년의 삶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는 도달하리라는 막역한 모습이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도 더 명확해졌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도 사지 않았던 로또 복권을 매주 토요일에 산다. 그러면서도 인생이 꿈꾸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혹시나 일어날 행운에 인생을 거는 자신의 하찮은 모습에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어 보다. 없는 형편에 코인에 기대어 인생의 역전을 꿈꾸기도 했다. 물론 나에게 기적이 일어날 일은 만무하니 그 결과도 예상했던 바다. 기대와 예상은 늘 놀라운 만큼 일치했다.



게을렀을 것이다. 길게는 내 나이 오십, 짧게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25년, 더 짧게 결혼 후 9년 동안 내가 무지하고 게을렀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나 역시 나이만 먹었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나 보다 자책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지난 삶 전부가 보잘것없는 것 같기도 하고 늦은 밤 처연한 음악을 듣다 보면 이쯤에서 삶을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나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명확하다. 내 나이 44세에 아이와 만났다. 나의 나이 들어감과 무관하게 아이는 여전히 무척 어리다. 그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시콜콜한 삶의 하루하루를 기록을 남기려 한다. 오랫동안 숙제처럼 꺼림칙하게 가슴을 억누르던 부담이기도 하고 늙은 아빠가 어린아이에게 체력으로 놀아주는 대신 기억과 기록으로나마 늙음을 빙자하여 방치하지 않았음을 변명하기 위한 정신적 몸부림이기도 하다.



오십 살과 일곱 살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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