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일곱

10. 마흔하나, 서른셋

by 늙은 아빠

처음 만난 그녀는 무엇 하나 같지 않았다. 마흔하나, 서른셋의 나이 차이만큼이나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외양도 모두 달랐다. 어느새 면접관 앞에서 입사를 간절히 꿈꾸는 지원자 마냥 서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마음은 노랗게 물들었지만 머리는 알고 있었다.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헤어나올 수 없는 유채꽃밭에서 머릿속은 온통 너였다. 침대 밖 세상에서 반짝이는 모든 것에 눈길이 닿았다. 첨탑에 드리우는 아침 햇살과 축대를 뚫고 자란 노란 개나리, 창 너머 잘게 부서지는 윤슬. 그 반짝임을 하나라도 놓칠까 황급히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았다.


아침이라 개나리가 더 밝은 노랑을 머금고 있네요. 생각이 닿아 문자 남겨요.


서툴고 무례했지만 단잠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더는 땅을 보고 빠르게 걷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지하철 창 너머 보이는 한강의 잔물결이 하도 반짝여서 전하고 싶었어요.


전하기 위해서 담아야 했고, 담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늦게 잠자리에 들어 평소보다 먼저 일어나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도 하루가 짧았다.


예쁜 사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시간은 멈췄고 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인생의 새로운 시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제를 떼어낸 오늘 한가운데에서 설레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아직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살갗에 닿았다. 철 지난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실려 유영해도 더는 서글프거나 안쓰럽지 않았다. 참새 떼가 앵두나무 나뭇가지 사이를 활강하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분명 다른 소리로 울어대는 새소리가 봄바람에 실려 이곳저곳에서 정원의 고요를 걷어내고 있었다. 외로움과 무기력함에 더디게 시간을 흘려보내던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온통 너였다.

나는 미친 듯이 다가갔고, 그녀는 뒷걸음치지 않았다.

나는 살포시 손을 잡았고,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KakaoTalk_20260318_151659906.jpg



작가의 이전글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아로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