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

by 다토

내 마음은 창문, 내 마음은 미끄럼틀, 내 마음은 꼭 닫히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해요. 내 마음은 어떤 날은 물웅덩이, 어떤 날은 얼룩. 어떤 날은 먹구름이 끼고 세찬 비가 쏟아져 내려요.

[내 마음은] 글,그림/ 코리나 루켄

내 마음엔 무엇이 담겨 있나? 상처받은 마음이 혹여나 들킬까 단단히 걸어 잠그던 순간도, 누군가의 다정함에 너무 쉽게 열려 버리던 순간도. 모두 나의 마음이었던걸. 크게 크게 자라다가 빵 터져버리기도 하고. 좋다가 싫고, 싫다가도 좋고. 하늘을 훨훨 날다가 끝없이 추락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 나의 마음. 그 안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나는 나의 마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칼 구스타프 융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 외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위해 융의 이론을 살펴보자.

칼 구스타프 융 [마음의 구조]

자아(ego)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의 중심이며, "나는 이런 성격이다.", " 나는 이렇게 느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상에서의 판단, 선택, 사회적 역할 수행은 대부분 이 자아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아 아래에는 개인 무의식이 있다. 여기에는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과 감정이 저장되어 있다. 상처받았던 경험, 표현하지 못한 감정, 받아들이기 어려워 억눌러 둔 마음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개인 무의식 속에는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콤플렉스란 특정 상황에서 유난히 강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심리 덩어리로, 어떤 말이나 행동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때 반응하는 것은 현재의 이성적인 자아가 아니라, 과거의 감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는 그림자라는 영역이 있다. 그림자는 내가 싫어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나의 모습이다. 질투, 이기심, 약함, 의존 욕구처럼 '이런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밀어낸 성향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할수록 타인에게 투사되어, 이유 없는 반감이나 갈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융은 그림자를 의식화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성숙의 중요한 단계라고 보았다.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다.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에 필요하지만, 이 가면을 전부 나라고 착각할 때 진짜 감정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을 아우르는 중심이 바로 자기(self)이다. 자기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아와 무의식, 강함과 약함, 밝음과 어둠을 모두 포함한 전체로서의 나를 의미한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던 마음의 조각들을 하나로 통합해 가는 과정을 성장으로 보았으며 이를 '개성화'라고 하였다. 융은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나의 일부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그래서 이 구조는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나를 이해하도록 돕는 지도역할을 한다. 그는 상처를 과거의 사건으로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나와 분리된 마음의 조각으로 보았다. 상처는 억압된 감정, 부정된 성격, 외면된 욕망이 의식 밖으로 밀려난 결과다. 나는 약한 나, 질투하는 나, 의존하고 싶은 나를 밀어낸다. 하지만 밀어낸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그림자가 되어 타인을 통해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상처는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통합되지 못한 나의 일부이며 치유는 과거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그 조각을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마음은 빙산과 같다. 커다란 얼음덩어리의 일부만이 물 위로 노출된 채 떠다닌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프로이트는 사람의 마음은 늘 싸우고 있다고 보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는 하고 싶은 마음과, 참아야 하는 마음과,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음이 계속 부딪히고 있다고. 이드(Id)는 하고 싶은 나. 느끼는 그대로를 의미하며 욕구의 출발점이 된다. 초자아(Super ego)는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나. 나를 보호하려 하지만 지나치면 나를 억압한다. 자아(Ego)는 그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결정하는 나이다. 마음의 관리자이자 균형 잡는 중간자. 마음의 갈등은 이 세 가지가 계속 대화중이기 때문에 생긴다. 프로이트는 마음의 상처는 잊지 못해서 남는 것이 아니라, 잊으려 애쓸수록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상처를 떠올릴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라 생각 하는데 프로이트의 관점에서는 사건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순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마음이다. 상처는 아픔이 아니라 막힌 마음이다. 어떤 순간에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고, 화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고, 붙잡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말렸다. 그때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은 나와 그러면 안 되는 내가 정면으로 부딪혔고 이 충돌이 반복되었기에 상처가 되었다고 보았다. 하고 싶었던 마음(Id), 참으라고 말한 마음(Super ego), 그 사이에서 다친 나(Ego). 상처는 숨어서 계속 말한다. 표현되지 못한 마음은 조용히 잠들지 못한다. 상처란, 이미 끝난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말을 걸어오는 마음이다. 그래서 상처는 고쳐야 할 것이 아니다. 상처를 없애려는 노력은 오히려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중요한 건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마음속에서 꺼내 보는 일이다. 처음으로 내 편에서 들어주는 것. 그 순간, 상처는 문제에서 이야기로 바뀐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사람이 아픈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참아왔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읽는다는 건 과거를 들추는 일이 아니라, 그때 묻어 두었던 마음을 지금의 내가 다시 만나는 일이다. 마음의 상처란, 아팠던 기억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다. 눌러두었던 마음의 흔적이다. 충돌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어딘가에 미처 쓰지 못한 감정을 쌓아 둔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 죄책감, 강박, 꿈, 실수 같은 모습으로 지금의 삶에 계속 끼어든다. 그래서 상처를 이해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그때 나는 무엇을 하지 못했는가를 묻는 일이다. 상처는 지워야 할 흉터가 아니라 아직 말하지 않은 마음의 기록이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여기저기 마구 내던지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 같은 모습이 싫어서 다그치고, 겁이 많은 내가 싫어서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환경에 나를 몰아넣었다. 벼랑 끝에서 몇 번이고 잔인하게 밀어냈다. 상처가 나야 굳은살이 생길 거라 믿으며. 그 굳은살이 더 이상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그렇게 강해지기를 염원하며. 나는 참... 열심히도 나를 괴롭혔다. 덕분에 바라던 모습을 얻었다. 하지만 유독 더 여리고 연약해진 부분이 생겨 버렸다. 다른 곳들이 강하고 단단해진 대신, 작은 먼지 한 톨만 내려앉아도 쓰린 곳이 생겨 버렸다. 괜찮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버거웠던 걸까? 계속해서 상처를 내는 이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조금. 속상했던 걸까?


올해는 이 마음을 온전히 마주하며 그 안에 무엇이 남았나 천천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아직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봐 주려고 한다.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건 따뜻하게 손잡아 주려고 한다. 포근한 침대에서 잠도 푹 재우고, 맛있는 것도 잔뜩 만들어 주고, 그렇게 어르고 달래며 천천히 진짜 마음을 꺼내어 보라고 다독여볼 생각이다.


우리들 마음속엔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바쁘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내 마음에 무엇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기만 한다. 내가 반응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내 마음이 "나 좀 봐주세요"열심히 외쳐대는 신호임을 모른 채, 스스로를 애써 견뎌내고 있다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나에게 아프다 말한다. 나는 나에게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 나를 짐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나'는 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충분히 정을 붙이고, 마음을 쓰고, 아껴줄 만하다. (대상이 누구이건 몇십 년을 함께하면 없던 정도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의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나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아픈 기억을 애써 잊으려 하지 말자. 너무 오래 자신을 부정하지 말자. 과거의 마음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말을 거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마음을 열고 닫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어요.
[내 마음은] 글, 그림/ 코리나 루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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