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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일 May 17. 2021

네 잎 클로버

 마음 쏟는 재미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 공원이나 숲이 아닌 책 속에서 말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2주 가까이 읽지 않고 있던 책이었다.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도서관 책 속에 네 잎 클로버를 꽂아둔 누군가의 마음이 소중하고 곱게 느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네 잎 클로버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사라진채 이내 바스러질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네 개의 잎만큼은 또렷했고 살아 호흡하는 것 같았다.

 



며칠 뒤 신기하게도 다른 책 속에서 네 잎 클로버를 또다시 발견했다. 이번엔 우리 집에 있던 책이었다. 언제 꽂아두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았다.


요즘 같이 초록 초록한 날이면 한가할 때 아이들과 네 잎 클로버를 많이 찾았었다. 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 잎 클로버를 빨리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데 눈이 밝아 유독 잘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 찾으려면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은 네 잎 클로버가 있다면 있는 거라 믿는다. "찾자!" 하면 금세 그것을 찾기 위해 열중한다. 찾을 때까지 찾는 아이들. 흔히 네 잎 클로버에는 행운의 의미가 있지만 우리는 단순히 찾는 재미 때문에 중요했다.  마음을 모으고 집중하면 목표물을 찾는 법.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띄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맛본다. 네 잎 클로버 자체가 우리에겐 행운이자 간직해둘 만한 보물로 기억된다.


사실, 네 잎 클로버는 돌연변이라 영양분이 너무 많은 곳이나 반대로 척박한 땅에서 나온다고 한다. 단 시간에 네 잎 클로버를 많이 찾고 싶으면 퇴비를 많이 뿌린 땅 근처나, 아니면 돌이 많은 곳, 차가 지나다니는 길을 잘 살펴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진짜 그런지 아닌지 실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흔한 네 잎 클로버'는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별다른 노력 없이 네 잎 클로버를 단 번에, 뭉텅이로 찾는다면 그만큼 찾는 재미나 희열도 금세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오래된 네 잎 클로버를 바라보며 문득 요행을 바라는 쉬운 인생은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한 두 가지 이루지 못한 목표 때문에 가슴앓이하고 애쓰는 삶을 살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나 보면, 마음을 쏟고 몰입하는 재미는 내 능력 밖의 어려운 일들에 도전했을 때 누렸던 것 같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공휴일엔 아이들과 네 잎 클로버 찾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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