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르다
달이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어?
해를 피한 적은 있어도 달을 피한 적은 없으리라. 햇빛처럼 뜨겁고 강렬하진 못하지만 달빛은 부드럽고 순해서 늘 가까이하고 싶은 빛이다. 추석이면 가장 생각나는 것 역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보름달이다.
추석 당일, 가족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로 위에서 덩그러니 떠오른 달을 보았다. 날씨가 맑아 검푸른 밤하늘은 뛰어들면 우주를 유영할 수 있을 것처럼 깊고 깊었다. 강릉에서 인천까지, 장장 6시간을 차로 달리며 한가위 보름달을 실컷 구경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고속도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마을 길을 통과해야 했다. 작은 아이는 차가 달리는 길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는 달을 바라보며 놀란 토끼눈으로 물었다.
"달이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어?"
동시에 두 개의 달을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다음 날까지 보름달을 찾아 공원으로 나섰다. 추석(秋夕)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 아니던가. 과연 말 그대로 이전날 본 환한 달빛이 밤 산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여전히 둥근 보름달이 밤하늘 위에 하나, 공원 호숫물 위에 하나. 플래시까지 터뜨려가며 달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그 아름다움을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리 없이 차오른 보름달처럼, 밤의 공원도 소리 없이 다정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요사이 새롭게 단장한 산책로 곁에는 아이들 무릎 높이만 한 백일홍 꽃이 심겨 있었다. 피다 진 장미꽃들과 달빛 아래 흔들리는 가는 잎사귀 같은 것들이 떠나간 여름과 다가오는 가을을 동시에 실감하게 했다. 밤이 되어서야 마음에 도착하는 작은 풍경들은 이렇게 아름답다. 평범한 일상을 더 살뜰히 돌아보고, 소중하게 가꾸어가야 할 때임을. 이 연약한 것들이 조용히 일러주고 있었다.
하루만 더 지나도 달은 곧 기울어갈 것이다. 어느 시점엔 잘라낸 손톱 모양만큼 희미하게 이지러질 것이다. 이토록 충만하게 차오른 달. 그러나 이내 기울고 이지러지는 달은 어쩌면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이 연결된 관계를 닮았다. 가족이라는 관계의 균형을 이루기까지 수없이 기울고 이지러졌던 내 불완전한 마음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자른 손톱처럼 기운 달도, 부족한 사랑의 마음도 아주 사라지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차오르는' 달이 언제나 완벽한 해보다 나는 사랑스럽다. 보름달처럼 늘 둥글고 충만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해본다. 다만, 달의 주기만큼이라도 충만히,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