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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무늬 Jan 04. 2019

신인 작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충고 - 무료연재

신인 작가가 알아야하는 무료 연재의 장단점!


부푼 꿈을 안고 첫 웹소설을 썼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독자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시장에서 먹힐지 안 먹힐지도 궁금하다. 

투고는 부담스럽고, 눈 여겨보던 공모전은 이미 끝났다.


그때 선배 작가들은 무료 연재를 추천한다.


왜 힘들게 쓴 글을 공짜로 보여 주라는 걸까? 

얼핏 밑지는 장사 같지만, 

무료 연재는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무료 연재의 장점


첫째. 독자 반응이 즉각적이다.


내 소설이 독자에게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재를 하다 보면 독자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감이 잡힌다. 독자의 눈을 끌지 못하면 묻힌다는 것 또한 깨우친다. 


인기와 작품의 완성도는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댓글, 쿠폰, 추천은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도 모르던 장점을 발굴해 주는 독자도 있다. 칭찬을 들으면 또 쓰고 싶어진다. 

독자의 응원이 곧 동기부여다.


둘째. 작업 속도가 빨라 진다.


무료 연재에서 인기를 끌려면 꾸준한 업로드는 선택 아닌 필수다. 주 5편, 혹은 그 이상 연재하는 작가들이 수두룩하다. 


연참(연참이 뭔지 모른다면 은밀한 웹소설 용어사전 下편을 참고하길) 할수록 유리하다.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 연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기 싫어도 쓰게 된다. 


셋째. 컨택을 받는다.


출판사로부터 계약하자는 연락이 온다.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질 수도 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출판사를 고르면 된다. 

컨택을 거절하고 다른 출판사에 투고할 수도 있다. 다수 에디터가 눈독 들인 작품인 만큼, 투고 성공 가능성도 크다. 


넷째. 돈을 번다.


유료 전환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직접 유료 연재하지 않더라도 컨택, 투고로 출간하면 인세 받는 작가가 된다.


다섯째. 필력이 향상된다.


작가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다. 공동작업이 드문 소설은 더욱 그렇다. 


웹소설은 독자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연재하다 보면 독자를 의식하기 싫어도 의식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행 키워드 분석법, 제목 짓는 법, 작품 소개 쓰는 법 등을 익힐 수밖에 없다. 


어떻게 써야 독자들이 좋아할까? 고민을 거듭할수록 필력이 향상된다. 


인기 키워드만 쓰라는 건 아니다. 창작의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박을 꿈꾼다면 작가와 소수 마니아만 좋아하는 작품이 아닌, 다수 독자가 좋아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 마이너 소재만 쏙쏙 골라 써놓고 왜 인기 없냐고 하소연하면 무척 난감하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무료 연재를 망설이는 작가가 많다. 단점은 뭘까? 장점을 뒤집으면 그것이 단점이 된다. 



무료 연재의 단점


첫째. 독자 반응이 없으면 괴롭다.


열심히 쓴 소설에 반응이 없으면 가슴이 찢어진다. 20편이나 올렸는데 선작 300도 안 된다면? 

8편에 투데이베스트 오르고 선작 1만, 2만씩 쭉쭉 끄는 작품들을 보며 자괴감에 휩싸인다. 


내 글이 구린 걸까? 재능이 없는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뇌에 빠진다. 

악플이라도 달리는 날에는 작품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온다.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 때문에 슬럼프가 올 수도 있다. 


독자에게 귀 기울이는 것과 독자에게 휘둘리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댓글 창 닫아놓고 연재하는 작가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 일정한 분량을 계속 쓰는 건 어렵다.


손이 느린 작가에게 연재는 큰 스트레스다. 

빨리, 꾸준히 쓰라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하루에 한 편 쓰기도 버겁다. 

독자들은 연참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연재에만 급급하면 몸은 곯고, 작품 완성도는 떨어진다. 


셋째. 컨택이 없다.


신인 작가든 기성 작가든 컨택이 없으면 자신감이 뚝뚝 떨어진다. 

남들은 여러 군데에서 받는데 왜 내 작품은 거들떠보지 않을까? 투고도 실패하면 어쩌지? 시간 낭비만 하는 거 아냐? 

걱정과 두려움이 눈 앞을 가린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옆집 작가는 첫술에 배가 미어터진다. 

작가에게 초조함은 독이다. 

알면서도 매번 가슴 졸이는 것이 작가지만. 


넷째. 돈을 못 번다.


컨택도 안 오는데 유료 연재가 웬 말이냐. 

짧으면 몇 달, 길면 1년 이상 공들여 썼는데 한 푼도 못 벌 수 있다. 출간했지만 빛의 속도로 묻힐 수도 있다. 인세도 초라할 수밖에 없다. 


비단 무료 연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억대 대박이냐, 치킨값이냐.
뚜껑 열기 전까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무료 연재할 땐 인기였는데 출간해보니 허탕일 수 있다. 그저 그랬던 작품이 출간 후 대박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료 연재의 인기가 정식 출간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다섯째. 필력의 한계를 느낀다.


초반에는 스토리 진행하는 게 어렵지 않다. 

기본 설정 풀고, 주요 등장인물 굴리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질 때가 온다. 고치고 싶지만, 연재 중에는 수정도 번거롭다. 


초반에 호의적이던 독자 반응이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글과 멘탈이 동시에 흔들린다. 그나마 있던 선작도 떨어져 나간다. 인기 작가와 필력을 비교하는 것도 제살깎아먹기다. 






무료 연재 안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웹소설 작가라면 언제고 겪게 되는 문제다. 이겨내는 법, 혹은 버티는 법을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연재는 필력 키운 다음에 해야지.
내 멘탈은 소중하니까.’


라는 작가도 있을지 모르겠다. 

본인 선택이니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무료 연재만이 정답이라고 강변하고 싶지도 않다. 

독자 반응 신경 쓰느라, 작품에 집중할 수 없다면 혼자 써야지 별수 있겠는가. 


연재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더 중요하다. 

작가의 행복과 정신 건강도 소중하다.

하지만 내가 신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무조건 무료 연재부터 시작할 것이다. 



2015년 순문학을 접고, 데뷔작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을 썼다. 초고 쓰는 데만 8개월 이상 걸렸다. 

65만 자 분량의 장편을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고 공모전에 냈다. 무료 연재가 뭔지도 모를 때였다. 

공모전에 당선하고 난 뒤, 두 번째 작품도 혼자 썼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공모전마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담당 에디터 반응도 별로였다. 

계약은 가능했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오랜 고민 끝에 작품을 접었다. 

30만 자나 쓴 작품을 버리려니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세 번째 작품 <꿈꾸듯 달 보듬듯>도 무료 연재는 하지 않았다. 

공모전 용으로 시놉시스를 썼는데 담당 에디터가 계약하자고 했다. 네이버 정식연재 갔다가, 드라마화를 노려보자는 거였다. 


그때는 그게 가능할 줄만 알았다. 내 인생도 드디어 피는구나, 단꿈에 빠졌더랬다.  


20만 자 정도 분량을 써서 네이버 정식연재 심사에 넣었다. 장장 5개월을 기다렸다. 결과가 안 나오니, 작품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잠시 한눈을 팔아 네 번째 작품을 구상했다. 

첫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에서 런칭한 뒤였다. 

독자 반응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댓글을 보면서 깨달았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걸. 


독자들의 지적을 받으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수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종이책도 출판된 상황이었다. 


그즈음 <꿈꾸듯 달 보듬듯>이 네이버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무료 연재가 필요하다는 건 진작 알았다. 

그래도 용기가 나질 않았다. 

독자에게 평가당한다는 것이 제일 무서웠다. 

실시간 반응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밑천만 드러나면 어쩌지? 

가망 없다고 선고받는 거 아냐? 

그럼 순문학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 끝에 네 번째 작품 <완결 후 에반젤린>을 조아라에 올리기 시작했다. 초조하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선작이 뭔지, 연참이 뭔지도 몰랐다! 웹소설 작가가 된 지 3년 차였는데.


무료 연재는 별세계였다.

재미있다는 독자 댓글에 함박웃음 짓다가도, 순위가 떨어지면 이불 속에 틀어박혔다. 

일부 내용이 불쾌하니 수정해달라는 댓글도 받았다. 

생각 없이 쓴 내용에 독자들이 환호하면 어리둥절했고, 공들여 만든 캐릭터가 미움받으면 어깨가 축 처졌다. 


독자 의견을 수용할 때도 있고, 애석하지만 내 계획대로 밀고 나간 적도 많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연재 감각을 익혀나갔다. 혼자 쓸 때는 몰랐던 것들이었다.


무료 연재 전까지 웹소설을 별로 읽지 않았다. 키워드가 뭔지도 몰랐고, 독자가 뭘 원하는지도 몰랐다. 유행에 무지하니까, 내 소재가 한물갔다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깔깔 비웃어주고 싶을 만큼 어리석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력에 자신이 있었다. 

10년 이상 글을 썼고, 몇몇 상을 탔다. 나 정도 글빨이면 웹소설 계에서도 충분히 먹힐 줄 알았다. 

데뷔작으로 상을 타서 기고만장해진 상태였다. 운이 엄청 좋았다는 것도 모르고. 


문예 창작을 전공한 작가. 습작 기간이 길었던 작가. 글빨에 자신 있는 작가가 쉬이 저지르는 실수였다. 


웹소설에 대한 이해 없이 내 실력만으로 뜰 수 있다고 믿는 것 말이다.


한 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운이 좋으면 두 번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계속 웹소설 작가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클래식만 틀면 졸면서 K팝은 뻔하고 천박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장르 소설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에 넓고 고르게 퍼져있다. 

작가 스스로도 돌이켜봐야 한다. 


속으로 웹소설을 얕잡아보지는 않나? 

어린 독자들의 평가가 가소롭지는 않은가? 

내 작품이 인기 없는 건 독자 수준 탓이라고 믿는가?


이해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건
망상에 가깝다.


어떤 분야에 몸담든 겸손한 자세로 꾸준히 노력해야지 실력이 는다. 

실력 없이 결과를 바라는 건 도둑 심보다. 


무료 연재로 실전 경험치를 올려보자. 

레벨업 해서 대박 작가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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