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무늬 Jan 29. 2019

QnA. 트렌드 따라갈까? 쓰고 싶은 걸 쓸까?

신인 작가들이 많이 하는 질문만 쏙쏙 뽑아서 시원하게 대답해드립니다!

   

Q

“웹소설은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트렌드를 따라가자니 글 쓰는 게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유행 소재도 다 거기서 거기고요. 제가 쓰고 싶은 걸 쓰면 안 팔릴까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안 팔릴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가 처음부터 트렌드였을까? 


아니다. 


많은 독자가 꾸준히 좋아하면서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웹소설 트렌드에서 벗어났다는 건 다수 독자가 좋아하는 걸 빼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트렌드는 ‘대중성’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공모전 심사 기준을 봐도 빠지지 않는 것이 ‘대중성’이다. 자청해서 대중성을 버렸다면, 돈 못 벌 각오가 필요하다. 


물론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잘 팔린다는 소리는 아니다. 강남에 치킨집 차린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는 건 시골에 그리스 가정식 전문점을 차리는 것과 비슷하다.


유동인구가 적은 것은 둘째 치고, 그리스 가정식이 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사람이 시골까지 찾아가 당신의 음식을 먹어줄 확률은?



“진짜 맛집은 외진 데 있어도 장사 잘 되잖아요?”


물론이다. 산골 벽지에 있어도, 간판이 없어도 줄 서서 먹는 맛집들이 있다. 

웹소설도 그렇다. 트렌드가 아닌 소재인데도 인기 끄는 작품이 있다. 대박을 치면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연이어 나온다.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설이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그게 신인 작가의 첫 소설일 확률은 매우 매우 낮다.     


웹소설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건 트렌드 하나가 아니다. 문장, 스토리, 캐릭터, 구성 등 작품적 요인과 마케팅, 표지, 출간 타이밍 등 작품 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치킨집이라도 재료의 싱싱함, 튀김옷의 두께, 가게의 청결 상태, 사장의 친절도에 따라 대박집이 될 수도 있고, 쫄딱 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 

모든 점이 완벽해도 그 집만의 특별한 매력이 없다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세상에는 치킨집이 너무 많으니까.


치킨집을 차릴 것인가, 그리스 가정식 전문점을 차릴 것인가. 

고민이 계속된다면 자신의 진짜 목적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을 원하는지,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작품’을 원하는지.


운이 좋으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다. 보통은 두 마리 모두 놓치게 되지만.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는 것이 순문학이고,
독자가 읽고 싶은 걸 쓰는 것이 웹소설이다.’


순문학을 접고 웹소설을 시작했을 들었던 조언이다. 하지만 순문학을 할 때도 쓰고 싶은 것만 쓰진 못했다. 등단을 노리는 작가 지망생에게는 더욱 그랬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가님께 첨삭 지도를 받을 때조차 ‘내가 쓰고 싶은 건 이런 글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원하는 작품’과 ‘시장에서 팔릴 만한 작품’에 대한 고민은 창작물을 생산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문제다. 나도 그랬다.


새 작품을 구상할 때 담당 에디터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소재는 어때요?”


“트렌드랑 너무 안 맞아요.”

“트렌드가 그렇게 중요해요?”


“웹소설은 트렌드가 7, 작가 개성이 3이라고 보셔야 해요. 투고 원고 볼 때도 그래요. 트렌드에서 벗어나면 문장이 아무리 좋아도 계약 안 해요.”

“왜요?”


“독자들이 트렌드를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나는 에디터가 말렸던 소재를 썼다. 내 실력이면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아도 잘될 줄 알았다. 

쓸 때는 재미있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몇 달 쓴 소설을 접으면서 에디터의 조언을 흘려들었던 나를 원망했다.


웹소설 작가들이 추천하는 작법서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다. 

거기서 킹은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고 했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라고까지 했다.


킹의 말을 100% 믿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의 조언은 흘려들으면 안 되는 법이다.


어떤 작가든 처음엔 다 독자였다. 신인 작가는 독자에서 갓 작가로 변신한 사람들이다. 독자로서 내공이 있으니 ‘내 취향’은 너무나 잘 안다. 


글쓰기는 원래 익숙한 것,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낯선 것, 내키지 않는 것을 먼저 쓰는 작가는 없다. 그러니 ‘내 취향’과 ‘대중의 취향’이 충돌하는 게 당연하다.


기성작품에 물려서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것을 더 갈구할 수도 있다. 

근원이 무엇이든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의 중심엔 작가가 있다. 작가의 자아가 단단해서 독자가 들어올 자리가 별로 없다. 


자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자아도 없는 작가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작가가 독자보다 우선 되어서는 안 된다. 순문학이 아니라 웹소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성작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독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체득했을 확률이 높다. 


기성작가들은 트렌드를 마다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잘 버무려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느라 바쁘다. 독자들이 열광할 새로운 트렌드를 한발 빠르게 찾기도 한다.


웹소설 트렌드 분석법은? 


1. 내 장르에 맞는 플랫폼으로 간다. ((플랫폼 찾기는 '웹소설 어디에 올릴까요?' 편을 참고하시길))
2. 최근 인기 작품을 추린다. 경향성을 찾아야 하므로 많은 작품을 살펴볼수록 좋다.
3. 5~10회차 정도 읽고 주요 키워드를 골라낸다. (예 : 전생/빙의/먼치킨/악녀/사이다녀) 이 정도만 해도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감이 잡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선 안 된다. 
4. 각 작품이 키워드를 어떤 식으로 조합하고, 풀어가는지 분석한다. 
5. 그 작품만의 개성을 찾는다. 익숙한 설정을 어떻게 낯설게 만들었는지 중점적으로 본다.
6. 스토리 전개 방식, 문장 호흡, 장면 배분 등 인기 작품들의 유사점을 찾는다. 소재뿐만 아니라 문장, 구성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중요하다는 거 알겠는데 트렌드 소재는 정말 못 쓰겠어요.”


그렇다면 쓰고 싶은 걸 쓰시라. 

글쓰기는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미있어도 지쳐 나가떨어지기 쉽다. 억지로 쓰다가 웹소설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무얼 쓰든 글 쓰는 재미를 잃어서는 안 된다. 그건 자아나 고집의 문제가 아니라 원동력의 문제다.

트렌드 때문에 원동력을 잃는다면, 뚝심 있게 나만의 길을 개척하시라.


이게 유행이니까, 넌 이걸 써야 해! 이런 건 없다.


단지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면서 돈도 벌길 바란다는 건 욕심이라는 건 기억해야 한다. 

투고나 공모전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투고 반려 메일을 받거나 공모전에 떨어졌다고 ‘트렌드를 쫓지 못해서 그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문장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이야기 자체가 흥미를 끌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트렌드를 쫓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손이 느린 작가라면 더욱 고심해야 한다. 유행 소재인 줄 알고 썼는데 출간했을 즈음엔 트렌드가 지나갔을 수도 있다.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더라도 다양한 작품을 분석하길 바란다. 

인기 작품은 다 이유가 있다. 감상과 분석은 다르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파고들어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편을 읽기 어렵다면 ‘장르 인기 20작 10회차 분석’을 1단계 목표로 삼아보자.


트렌드에서 밀린다면 다른 부분에서 매력 발산을 해야 한다. 독자가 없는 소설은 작가의 일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트렌드를 떠나서 독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질문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댓글 혹은 매거진으로 답변해 드립니다. 이미 다룬 내용이라면 어느 편이 도움이 될 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긴급진단! 인기 없는 소설 심폐소생 체크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