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라는 촉감놀이

두번째 언어를 배우는 나의 자세

by serein

나는 언어를 배울 때면 가끔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 든다.

바닷속에서 반짝이는 포크를 손에 들고,

이건 뭘 하는 물건인지 알지 못한 채

머리카락을 빗어보던 그 장면처럼.


나에게 낯선 단어와 문장은,

처음 만나는 물건처럼 낯설고도 설렌다.

정확한 뜻을 몰라도, 그 말이 손에 닿는 결과

입안에서 굴러가는 소리,

문장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의 온도가 먼저 느껴진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것들 앞에서

나는 손끝으로 먼저 만져본다.


이건 뭐지?

차갑다. 거칠다. 부드럽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각들이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나에게 스며든다.


다른 이들은 단어의 뜻을 먼저 찾는다.

정확히 해석하고, 문법 구조를 분석한다.

그들이 그림을 보고 색과 선을 설명할 때,

나는 그 그림이 그려질 때의 공기와

숨소리, 손끝의 떨림을 먼저 느낀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그 안으로 손을 뻗었다.


뜻을 몰라도, 모든 문장을 해석하지 못해도

그 말이 가진 온도와 결을 느껴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까슬거렸고,

때로는 손바닥에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그래서 나는 느리다.

한 단어 앞에 오래 머무르고,

뜻을 알게 되기 전에 이미 그 말과 친해져 버린다.


그 느림은 마치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빨리 만들면 모양은 나올지 몰라도

손끝의 온기가 배지 않고, 쉽게 금이 간다.


나는 천천히, 모양이 잡히고

온기가 배어 단단해질 때까지 만져본다.


세상은 묻는다.

“그렇게 더디게 해서 언제 다 배우겠니?”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느림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촉감으로 배운 언어는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새로운 말을 만진다.


이건 뭐야?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모름 속에서 느끼는 것이

내가 언어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작가의 이전글똑딱, 사라지는 나를 보며